주윤우 고은빛 대표가 시식하며 ‘초콜릿 크레파스’의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기자
주윤우 고은빛 대표가 시식하며 ‘초콜릿 크레파스’의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기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아토피로 괴로워하며 밤새 울다 새벽에 지쳐 자는 모습을 보며 안전한 크레파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안전한 물질은 식품이라는 점에 착안해 초콜릿을 재료로 크레파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성현, 성민 아빠 주윤우 올림.”

고은빛의 ‘초콜릿 크레파스’ 제품 뚜껑에 쓰인 주윤우 대표의 인사말이다. 색을 내는 안료를 결합하는 응고제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버터를 쓴다. 세계 최초다.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을 응고제로 쓰는 일반 크레파스에 비해 피부 자극이 거의 없다. 비싸고 안전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크레파스보다 가격이 5배 비싸다.

◆아토피 자녀 위한 크레파스

주 대표는 경남 지역에서 식품유통업체를 13년간 운영했다. 군대와 백화점 등에 식음료를 납품했다. 초콜릿 크레파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06년 “먹을 수 있는 크레파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큰아들의 말 때문이었다. 작은아들은 아토피 증상으로 온몸을 긁으며 고생하던 차였다. 주 대표는 “먹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원료로 제조한다면 아토피에도 좋지 않을까 했다”며 “제품을 만들기만 한다면 오랜 경험상 파는 건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 탕비실에서 혼자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버터가 파라핀보다 약해 아이들이 손에 쥐면 쉽게 녹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전분을 추가해 성분을 바꾸고 특수 제조 과정을 고안했다. 7년이 걸렸다. 관련 특허만 15개 출원했다. 그는 “보육교사 300여명에게 물어봤더니 ‘초콜릿 크레파스를 교구로 채택하겠다’는 대답이 80% 나오는 등 반응이 좋았다”며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보니 발표회를 많이 열었는데 크레파스를 수없이 먹으면서 안전성을 입증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5배 비싸지만 학부모 입소문

2014년 5월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신생 중소기업이 판로를 개척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점했다. 초콜릿 크레파스는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출시했다. 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제품은 1만개 이상 팔렸다. 제대로 된 유통망도 없는 가운데 올린 실적이다.

다음달엔 영유아용으로 업그레이드한 초콜릿 크레파스를 내놓는다. 아기들이 손에 쥐기 편하게 별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은은한 아로마 향을 넣었다. 연말까지 초콜릿으로 제작한 점토와 모래, 물감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부모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완구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은빛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발족한 LG그룹으로부터 유통망 개척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고은빛이 보유한 초콜릿 원료 원천기술을 응용해 다른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내년에는 초콜릿으로 제조한 립스틱과 립밤, 틴트 등 화장품을 선보인다. 주 대표는 “초콜릿 화장품은 LG생활건강의 유통망을 이용해 라인캐릭터숍 등에서 판매할 예정”이라며 “식품 원료라서 학생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직원들에게 ‘다른 회사와 똑같은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면 사업을 접자’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며 “초콜릿 분야에서 인정받는 강소기업이 돼 수익의 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신청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고은빛-초콜릿 크레파스 (043)232-7795 △알에프-윈도우메이트 유리창 청소로봇 (053)985-1282 △씨마디지텍-LED TV (031)942-3358 △레딕스-초소형 초경량 소켓형 100W LED 산업등 (042)671-3716


청주=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