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손실을 냈음에도 이 회사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지부)은 기본급 15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은 말리부·스파크 등의 판매 호조에 따라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내걸었지만 노조 파업으로 인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18일 1·2조 근무조별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 회사 노조는 19일과 22일 각각 8시간, 23일 4시간의 부분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0~17일에도 네 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4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인천 군산 창원 등 공장별 신차 생산 계획도 확정해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기본급 5만9000원 인상, 성과급 등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회사별로 실적이 다르기 때문에 금속노조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을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는 실적을 반영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임금을 결정하자고 노조에 당부했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지난 1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회사 부활을 위해선 노조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과 러시아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고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하면서 실적이 널뛰기하고 있다. 순이익은 2011년 1252억원 흑자에서 2012년 1080억원 적자, 2013년에는 다시 1009억원 흑자를 냈다. 2014년에는 순손실이 3434억원 났고 지난해에는 9868억원까지 커졌다.

그러나 적자를 낸 해에도 임금은 큰 폭으로 뛰었다. 적자를 낸 2012년 기본급은 9만2000원 올랐고 2014년에는 6만3000원, 지난해에는 8만3000원 상승했다. 직원들마다 다르지만 매년 평균 5% 이상씩 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9년 만에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데도 기본급 5만원 인상에 합의한 쌍용자동차 노조처럼 회사 사정을 고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쌍용차 노조는 올해까지 7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가면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GM 노조는 “회사 측의 제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서 “국내 생산을 정상화하면 노조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