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고 쇼크…일본처럼 '안전통화 저주' 시달리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로벌 유동자금 과다유입 땐 '이원적 외화거래세'를 도입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이달 들어 대내외 외환시장은 ‘원화 강세’로 요약된다. 지난 2월 말 대비 불과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원·달러 환율은 140원, 원·엔 환율은 70원 이상 급락했다. 다른 경쟁국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 가치가 절상됐다. 수출업체로 본다면 ‘환율 쇼크’에 해당하는 절상 폭이다.
‘특정국의 통화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실상이 반영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6%로 추락했고, 올해는 2.5% 내외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도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안전통화 저주’란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주장한 용어로 주로 일본 경제상황에 사용됐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미국, 유럽의 잇따른 경제위기로 엔화가 오히려 안전통화로 부각돼 강세를 띠는 현상을 말한다.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태동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른바 ‘쩐(錢)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국제 간 자금흐름 구조에서 성장률과 관계없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금의 안내판 역할을 하는 벤치마크지수로 살펴보면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지수로는 ‘선진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셜지수(MSCI)로는 ‘신흥국’이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때문에 환금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 수익성과 안정성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 중시한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은 수익성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으나 개도국은 이와 반대로 인식돼왔다.
이 때문에 선진국 자금은 높은 수익을 좇아 잉여자금은 펀드 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금리 차를 이용한 캐리자금 형태로 개도국에 유입된다. 반대로 개도국 자금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를 비롯해 선진국에 투자하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순차적인 경제위기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2차대전 이후 유지돼온 국제 간 자금흐름 구조가 흐트러졌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2011년 이후 다시 한국이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개도국의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글로벌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우리도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리스크 이론에서 특정국 통화가 세 가지 위험이 적으면 안전통화로 평가된다. 가장 중요한 ‘시장 리스크’는 시장상황 변화로 자산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가격의 표준편차, 준분산(semivariance) 등으로 평가한다.
‘유동성 리스크’는 자산유동성이 부족해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으로 거래량, 매매호가 스프레드 등으로 측정한다. ‘신용 리스크’는 각종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통화는 국가신용등급(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에 반영된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표준편차를 구해보면 원화의 시장 리스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중심통화뿐만 아니라 각국 경제 규모에 대비해볼 때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변동성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특정국 통화의 하방변동성을 측정하는 준분산은 원화가 가장 높게 나온다.
유동성 리스크는 더 높게 나온다. 원화 거래량은 한국 경제위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의 심도를 보여주는 매매호가 스프레드도 우리와 경제 여건이 비슷한 대만과 싱가포르 달러화보다 높게 나온다. CDS 프리미엄과 국가신용등급으로 측정되는 신용 리스크는 개선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아직 원화는 안전통화로 평가받을 여건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정책적으로 잘 대응하면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판 아베노믹스’는 필요 없다는 의미다.
외환당국의 역할이 요구된다. 글로벌 유동성에 편승해 한국 여건과 벤치마크지수 간 괴리에서 들어오는 외국자금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 부과하지 않다가 과다하게 유입될 때 부과하는 ‘이원적 외화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 영구적 시장개입(PSI)으로 과다한 경상수지흑자를 줄이는 일도 시급하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특정국의 통화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실상이 반영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6%로 추락했고, 올해는 2.5% 내외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도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안전통화 저주’란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주장한 용어로 주로 일본 경제상황에 사용됐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미국, 유럽의 잇따른 경제위기로 엔화가 오히려 안전통화로 부각돼 강세를 띠는 현상을 말한다.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태동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른바 ‘쩐(錢)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국제 간 자금흐름 구조에서 성장률과 관계없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금의 안내판 역할을 하는 벤치마크지수로 살펴보면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지수로는 ‘선진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셜지수(MSCI)로는 ‘신흥국’이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때문에 환금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 수익성과 안정성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 중시한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은 수익성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으나 개도국은 이와 반대로 인식돼왔다.
이 때문에 선진국 자금은 높은 수익을 좇아 잉여자금은 펀드 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금리 차를 이용한 캐리자금 형태로 개도국에 유입된다. 반대로 개도국 자금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를 비롯해 선진국에 투자하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순차적인 경제위기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2차대전 이후 유지돼온 국제 간 자금흐름 구조가 흐트러졌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2011년 이후 다시 한국이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개도국의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글로벌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우리도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리스크 이론에서 특정국 통화가 세 가지 위험이 적으면 안전통화로 평가된다. 가장 중요한 ‘시장 리스크’는 시장상황 변화로 자산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가격의 표준편차, 준분산(semivariance) 등으로 평가한다.
‘유동성 리스크’는 자산유동성이 부족해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으로 거래량, 매매호가 스프레드 등으로 측정한다. ‘신용 리스크’는 각종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통화는 국가신용등급(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에 반영된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표준편차를 구해보면 원화의 시장 리스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중심통화뿐만 아니라 각국 경제 규모에 대비해볼 때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변동성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특정국 통화의 하방변동성을 측정하는 준분산은 원화가 가장 높게 나온다.
유동성 리스크는 더 높게 나온다. 원화 거래량은 한국 경제위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의 심도를 보여주는 매매호가 스프레드도 우리와 경제 여건이 비슷한 대만과 싱가포르 달러화보다 높게 나온다. CDS 프리미엄과 국가신용등급으로 측정되는 신용 리스크는 개선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아직 원화는 안전통화로 평가받을 여건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정책적으로 잘 대응하면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판 아베노믹스’는 필요 없다는 의미다.
외환당국의 역할이 요구된다. 글로벌 유동성에 편승해 한국 여건과 벤치마크지수 간 괴리에서 들어오는 외국자금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 부과하지 않다가 과다하게 유입될 때 부과하는 ‘이원적 외화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 영구적 시장개입(PSI)으로 과다한 경상수지흑자를 줄이는 일도 시급하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