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SBC는 운임 1000억원가량에 대해 한진해운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담보권 행사를 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압류 조치한 것으로 최근 관련 항로에서 한진해운이 벌어들인 수익이 모두 HSBC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미주 등 일부 항로를 통해 벌어들이는 운임(미래 현금흐름)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한진해운이 담보로 내놓은 항로에서 수입이 발생해 운임 계좌에 현금이 들어가면 HSBC가 원리금을 가져가고 한진해운은 차액을 되가져가는 구조다. 한진해운이 운임을 담보로 발행한 ABCP는 총 1000억원 규모로 HSBC는 이번 조치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손실을 거의 보지 않게 됐다.
한진해운 측은 HSBC가 계약에 따른 조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는 ABCP 발행 과정에 ‘트리거 조항’을 두고 한진해운의 신용등급, 내부 보유 현금 등이 일정 수준 이상 악화되면 HSBC가 운임 계좌 인출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채권단은 외국 은행들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먼저 가져갈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자율협약 효력은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우리은행 등 6곳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금융회사가 채권 회수 조치를 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용선료, 항만이용료, 컨테이너 리스료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최근 유류비까지 연체하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연체 규모는 6000억~7000억원으로 유류비 연체가 지속되면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7000억~9000억원의 재원 마련을 놓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 부족자금을 한진그룹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진그룹은 부족자금 중 4000억원 정도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채권단에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안대규/하헌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