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 한 공영방송 보도국장과 한 전화 통화 내용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보도국장이 당시 이 대표와의 통화를 몰래 녹음했고 이 파일이 고스란히 언론에 넘어간 탓이다. 모든 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하는 앱(응용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이처럼 대화가 녹음,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대방이 나중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통신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속 숨은 기능과 서비스, 관련 제도 등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① T전화 당신도 모르게 자동녹음

대부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은 통화 중 녹음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전화통화 앱인 ‘T전화’는 모든 통화를 자동 녹음하는 기능까지 있다. T전화는 이 같은 편의성 등에 힘입어 최근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앱 메뉴에서 ‘통화녹음’으로 들어가 ‘자동녹음’을 ‘켜짐’으로 설정하면 된다. 문제는 상대방이 이처럼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는지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사용자의 사생활 침해를 들어 아이폰에서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사용자 편의를 위해 이 같은 기능을 굳이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이 사전에 녹음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② 제한 많은 음성 무제한 요금제

통신회사들은 지난해 5월부터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 요금제는 출시 1년여 만에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모든 음성 통화가 무제한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통신사들은 무제한 쓸 수 있는 음성 통화의 범위에 영상·부가통화는 제외했다. 부가통화는 통신업체들이 특수 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업자 간 망 접속료 정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1588·1644 등 전국 대표번호 서비스나 050·0505 등 안심번호, 060 등 유료정보, 030 등 통합메시징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 통신사 가입자는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한 보험사 대표 번호로 전화했다가 다음달 청구된 휴대폰 요금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서비스 불편 신고나 민원 접수, 사고 처리 등을 위해 장시간 통화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 불편한 착신전환 서비스

통신사들은 집이나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착신전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선전화에서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할 경우 수화기를 들고 ‘*+88+착신번호+*’만 누르면 간단하게 설정이 끝난다. 해제할 때도 해당 유선전화에서 ‘#+88+*’만 입력하면 된다. 문제는 이처럼 서비스를 신청할 때 해당 휴대폰 번호가 실제 본인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수로 잘못된 휴대폰 번호를 설정하더라도 해당 번호로 전화가 연결된다.

이 같은 피해를 당한 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갑자기 모르는 유선전화 번호가 뜨면서 엉뚱한 회사를 찾는 전화가 수십 차례 걸려와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며 “114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해봤지만 해당 유선전화를 서비스하는 통신사에서만 해제가 가능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④ 선택약정 할인의 꼼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2014년 10월부터 시행되면서 단말기 보조금(공시지원금)을 고객별로 차등 제공해온 관행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따라 휴대폰 실구매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요금에서 20%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 약정 요금할인제를 내놨다. 약정기간은 1년 이상으로 사용자가 선택하도록 했지만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2년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약정기간이 길더라도 할인 혜택은 20%로 같은 반면 중도 해지 시 오히려 더 큰 위약금을 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 약정 요금할인제로 가입한 한 통신사 고객이 매달 1만원의 요금 할인을 받다가 9개월 만에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다면 1년 약정 시에는 6만원의 위약금만 내면 되지만 2년 약정 때는 1만8000원을 더 내야 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