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ICT 전문 기업인 한전KDN은 신입사원 채용 시 TOPCIT 성적 가산점을 3%(300~399점)에서 5%(400점 이상)까지 부여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KT DS는 가산점은 물론이고 기업의 ICT·SW 역량 향상을 위해 전 직원이 TOPCIT에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 개발자만 참여하다 시험의 유효성을 확인한 뒤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데이터베이스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씨에스리컨설팅은 최근 두 명의 인턴을 TOPCIT 점수 보유자로 선발했다. 특성화고와 지방대 출신인 이들은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공공기관도 TOPCIT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ICT 정책·기술 전문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올해 신입사원 모집 과정에서 일부 ICT·SW 관련 분야 필기전형을 TOPCIT으로 대체했다. 특허청 산하 특허기술정보 서비스 전문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도 일정 수준 이상의 TOPCIT 자격을 보유한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군에서도 TOPCIT을 활용한다. 공군은 2013년부터 ICT·SW 분야 장교와 부사관, 전문특기병의 선발·보직·교육·인사고과에 TOPCIT 평가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복무 중에는 TOPCIT 이러닝 학습 콘텐츠를 활용해 ICT·SW 분야 역량을 키우게 하고, TOPCIT 정기평가 응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는 지난 5월 실장급 협의회를 열고 첨단 전투능력을 갖추기 위해 군의 ICT 인력 및 무기체계를 하드웨어(HW)에서 SW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TOPCIT을 활성화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해 군의 SW 활용 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올해 안에 미래부 및 TOPCIT 시행기관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와 힘을 합쳐 TOPCIT 활용 범위를 국방부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TOPCIT은 120곳의 기업·기관·대학에서 직원 채용과 재직자 역량 개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ICT·SW 지식평가 수준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ICT·SW 인재 표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IITP는 지난해 태국, 몽골, 필리핀 등과 TOPCIT 활용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태국에서는 현지 총리실 산하 자격제도 총괄 정부기관인 TPQI(Thailand Professional Qualification Institute)와 공동으로 두 차례에 걸쳐 정기 테스트를 했다. 5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국립사이언스파크에서 몽골 TOPCIT센터 현판식을 열었다. 몽골의 정보통신담당 정부부처인 ITPTA(Information Technology, Post and Telecommunications Authority)는 TOPCIT 시행을 확대해 ICT·SW 전공자의 역량을 키우고 실무 중심으로 대학 전공교육을 개편해나갈 계획이다.
TOPCIT이 글로벌 ICT·SW 인재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자리잡으면 국내에 도입된 해외 자격증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권에서 쓰이고 있는 ICT 자격 제도를 통합해 ICT·SW 분야에서 국가 위상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ICT·SW 인재의 해외 진출과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해외 인재들의 능력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이상홍 IITP 센터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권 정보통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SW 관련 한국의 다양한 제도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많은 국가로 TOPCIT을 확산시켜 국제 SW 역량지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ICT 관련 핵심 역량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수행형 시험인 TOPCIT은 미래부가 주최하고 IITP가 주관한다. 2011년 개발을 시작했으며, 2014년부터 매년 2회 정기평가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5회에 걸쳐 1만6000여명이 응시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