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올 들어 처음으로 초대형 유조선 수주에 성공했다. 수주 금액은 2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그리스 선사 알미탱커스로부터 31만7000t급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을 수주했다고 9일 밝혔다. 건조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맡는다. 인도 시점은 2018년 2월과 5월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척당 9000만달러(약 995억원) 수준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32만t급 유조선은 보통 척당 8700만달러에 계약이 체결되는데, 현대중공업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따냈다”고 설명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32만t급 초대형 유조선 평균가격은 지난 5일 기준 척당 8600만달러다. 2004년 3월(8550만달러가량) 이후 1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유조선 발주가 이어진 이후 올 들어 선주들이 발주량을 줄이면서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들어 이번 수주 전까지 초대형 유조선을 한 척도 주문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조선업계 전반의 수주 가뭄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 3사는 올 상반기 16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작년 상반기 수주액(72억달러)의 22% 수준이다. 올초 세운 연간 목표량(186억달러)의 9%밖에 채우지 못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