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KB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회사로 꼽힌다. 주요 손해보험사 가운데 당기순이익 증가율 1위를 차지한 덕분이다. KB손보의 상반기 순이익은 17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31억원)보다 90%가량 늘었다. 손해보험업계 ‘빅4’로 불리는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과 비교해도 KB손보의 순이익 증가율은 월등히 높다. K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가격 자율화를 시행한 이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 순이익을 경쟁사 대비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호(好)실적은 KB손보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해 6월 KB금융그룹 일원으로 편입된 지 1년 만에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다. KB손보는 KB금융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1등 손해보험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KB 가족’ 편입 1년 맞은 KB손보

KB손보는 1959년 출범한 범한해상이 모태인 종합 손해보험사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나 회사명을 바꿨다. LG그룹에서 LIG그룹으로, 다시 KB금융그룹으로 모기업이 바뀌었다. KB손보는 알찬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통한다. 해상보험, 선박보험, 자동차보험 등 모든 영역에서 최상위권 보험사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10여년간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과 함께 ‘빅4’로 꼽혔다.

2013년 11월 LIG그룹이 당시 주력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전격 매각하기로 했을 때 시장에서는 ‘알짜 매물’이 나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1년여의 매각 작업에서 KB금융그룹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던 KB금융그룹은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KB금융그룹은 금융당국 승인 등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지난해 6월24일 KB손보를 12번째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로부터 1년, KB손보는 KB금융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자산 규모에서 국민은행에 이어 그룹 내 두 번째로 큰 계열사인 데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도 그룹 내 두 번째다. 올 상반기(1~6월)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1753억원으로 국민은행(7432억원) 다음이다.

KB손보는 KB금융의 일원으로서 브랜드 통합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초 KB손해보험으로 새출발한 뒤 1주년에 맞춰 KB금융그룹 광고모델인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앞세운 새 TV광고를 선보였다. ‘국민과 함께 희망을 쓰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광고를 통해 KB금융 가족으로서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차별화로 일궈낸 경쟁력

KB손보의 경쟁력은 혁신에 있다. 수십 개 손보사가 난립한 국내 손해보험 시장에서 KB손보가 차별화한 서비스로 시장을 창출해왔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표적인 게 매직카 서비스다. 1996년 선보인 이 서비스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이다. 무료 긴급출동,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 등을 업계 최초로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료 긴급출동 서비스는 배터리 충전, 타이어 교체, 비상 급유 등 자동차 운행 시 긴급 상황을 지원하는 것으로 KB손보 이후 거의 모든 자동차보험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최근 이 회사는 ‘매직카 고객서비스 헌장’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어 서비스 품질을 더욱 높였다. 전국 460개 서비스점, 1200여명의 출동요원이 소비자에게 표준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침이다.

상품 차별화도 KB손보의 경쟁력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손보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중교통 이용 할인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최근 3개월간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금액이 15만원 이상이면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 추가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자동차 운행량이 많지 않은 소비자의 경우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한 차별화 시도다. 이 상품은 KB손보가 KB금융연구소, KB국민카드와 협업해 개발한 것으로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앞서 KB손보는 지난해 2월 빅데이터를 활용한 STAR 청약 시스템도 개발했다. 매월 100만건에 달하는 소비자의 누적 청약 정보를 토대로 보험 가입자의 성별, 연령에 꼭맞는 상품 유형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또 KB손보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 2012년 영업연속성계획(BCP)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2301 인증을 받았다. BCP는 예상치 못한 재해와 재난으로 업무가 중단됐을 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핵심 업무를 복구하는 계획을 뜻한다. 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차질 없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췄음을 보여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류 손보사’로 도약 나선다

KB손보는 KB금융그룹 편입 1년을 맞아 올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고객 선호도 1위 보험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지속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경영 목표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보험업황이 밝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에게 가장 편리한 보험상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런 전략에 맞춰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이다. KB손보는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서비스를 내놨지만 올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2위에 올랐다.

KB손보는 올해 리스크 관리도 중점을 두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KB손보는 ‘고객 선호도 1위 보험사’에 이어 ‘보험업계 리딩 컴퍼니’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양종희 KB손보 사장은 “우리(KB손보)가 몇 차례 대주주가 바뀌었음에도 굳건히 버텨온 것은 구성원 개개인에게 1등 DNA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라며 “KB손보의 중장기 목표이자 지향점은 보험업계를 주도하는 일류 보험사”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