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연설로 '힐러리 킹메이커' 역할 톡톡
바이든·블룸버그 등 트럼프에 총공세
"안보도 모르는 후보" "못 믿을 사기꾼"
"러에 해킹 부탁" 트럼프 발언 비난 봇물
○“힐러리는 준비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 사흘째 날 클린턴 후보 지지 연설자로 나서 “이번 대선은 우리가 누구인지 근본적 질문에 답해야 하는 선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인디언, 그리고 젊은이와 노인, 동성애자와 일반인, 남성과 여성 등이 성조기 아래 하나로 뭉치는 게 미국이고, 이런 미국의 미래를 믿는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치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장벽을 허물고 유리천장을 깨고, 또 모든 미국인을 위한 기회의 영역을 확대할 단 한 사람의 후보는 바로 힐러리”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8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클린턴 후보와 경쟁관계였으나 이제는 ‘힐러리 대통령 만들기’에 가장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부통령 후보를 수락한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은 “트럼프의 말 중에 믿을 만한 것이 하나라도 있느냐”고 질문한 뒤 “트럼프는 공허한 약속을 던지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긴급구조대원 같다”고 비꼬았다. 앞서 지지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부통령은 “트럼프가 중산층을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그는 중산층을 모른다”고 공격의 날을 세웠다. 그는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서도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 후보 중 트럼프만큼 안보문제와 관련해 무지하고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대선출마를 중도 포기한 뒤 클린턴 지지로 돌아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나는 한번 보면 누가 사기꾼(con)인지 금방 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사람(사기꾼)을 선택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러시아 해킹 사주’ 발언 파문
한편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 개입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만약 그들(러시아)이 DNC를 해킹했다면 아마도 클린턴이 자진 삭제했다는 이메일 3만3000건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국무부로부터 개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뒤 상당수 메일을 개인적 내용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클린턴 캠프의 외교·안보총책인 제이크 설리번은 “미국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외국 강대국에 상대 후보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적극 독려한 첫 사례”라고 비난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반역 행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비난이 거세지자 28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빈정댄 것”이라며 해킹 배후가 “러시아인지, 중국인지, 다른 누구인지 모른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필라델피아=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