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단,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지원 방안 논의

현대중공업이 경영개선안을 계획대로 이행하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삼일회계법인은 수출입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현대중공업의 주요 채권은행들 의뢰로, 지난 5월 23일부터 약 10주간에 걸쳐 잠재부실 가능성과 향후 손익·현금흐름의 안정성을 점검하는 경영진단을 벌여 이 같은 결론을 냈다.

26일 삼일회계법인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주채권은행에 제출된 경영개선계획을 예정대로 실행하면 영업이익 실현과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제출한 3조5천억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이 충분하다는 진단이 나온 셈"이라며 "이번 진단 결과가 현대중공업에 대한 시장과 금융권 신뢰회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이날 KEB하나은행에서 주요 8개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진단 결과 설명회도 가졌다.

설명회에서는 이번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문제에 대한 지원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적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미리 받은 돈(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금융기관이 RG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조선사가 선박을 사실상 수주할 수 없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실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옴에 따라 채권은행들도 RG 발급 등에 있어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5월 31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으로부터 3조5천억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을 승인받았다.

경영개선계획에는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매각 등 자산 처분 외에 지게차·태양광·로봇 등 사업 분야 분사, 인력 구조조정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초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같은 달 중순부터 생산직으로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그 결과, 사무직 1천500명과 생산직 5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지난달 말 회사를 떠났다.

지난주부터는 근속 15년 이상 된 사무직 대리와 생산직 기원(대리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구계획 이행을 통해 2018년까지 현재 8조5천억원(연결 기준 13조원)가량인 차입금을 2조원 이상 줄여 6조원대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34%(연결 기준 218%)에서 10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