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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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DPP4 억제제가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당뇨병 환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사진)팀은 사람 세포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DPP4 억제제가 대조군에 비해 망막혈관병증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기전을 규명한 논문을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었다.

당뇨병 환자는 심장 뇌혈관계 질환, 콩팥 부전, 망막혈관병증 등의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혈당 강하제다. DPP4 억제제는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인크레틴 호르몬 분해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당뇨병 약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DPP4 억제제는 자누비아(MSD), 온글라이자(아스트라제네카), 가브스(노바티스), 트라젠타(베링거인겔하임) 등이 있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30~40% 정도가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처방하는 약이다.

김 교수팀은 혈관내피세포를 이용한 면역형광염색에서 DPP4 억제제가 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를 느슨하게 해 혈관내피세포의 투과성을 높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쥐를 이용한 망막혈관실험에서 DPP4 억제제를 투약받은 쥐는 가짜 약을 투약받은 쥐에 비해 망막 혈관 누수 및 누혈 현상이 3배 증가했고 새 혈관 생성이 현저히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DPP4 억제제 투약으로 망막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고 새 혈관이 만들어져 망막혈관병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뇨 쥐 모델에서 망막병증이 1.5배 증가한 것도 밝혀냈다.

앞서 국제 임상연구에서는 DPP4 억제제를 먹은 환자가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 교수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DPP4 억제제가 폐혈관의 투과성을 높여 폐부종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심부전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DPP4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이 약을 사용한다면 정기적으로 망막병증 추이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DPP4 억제제가 호흡곤란을 악화시키는 기전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보면 허파모세혈관 누수현상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상적인 약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는 내지만 부작용이 없는 ‘인크레틴 특이적 DPP 억제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