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피크제 확대'·현대중 '구조조정' 최대 쟁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잘 풀리지 않자 결국 함께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차는 5년 연속, 현대중은 3년 연속 파업이다.

특히 올해는 두 노조가 이번 주 3차례나 동시파업을 벌인다.

두 노조의 동시파업은 과거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의 연대파업 이후 23년 만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노사 쟁점이 첨예해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접점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파업 장기화도 우려된다.

◇ 현대차·현대중 임단협 교섭 경과와 쟁점
현대차 노사는 5월 17일부터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13차 교섭이던 7월 5월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의 요구안은 금속노조가 정한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천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8천여 명)의 승진 거부권, 해고자 복직, 통상임금 확대와 조합원 고용안정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 2교대제에 따른 임금 보전 등이다.

회사는 이에 맞서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 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단협을 제외하고 임금협상만 하는 해인데 다룰 안건은 수두룩하다.

회사가 요구한 임금피크제 확대가 최대 쟁점이다.

임금피크제 확대안은 노사가 올해 협상에서 합의해 시행하기로 지난해 교섭 때 합의한 안건이다.

노조는 현재 임금피크제(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확대는 결사반대다.

올해 노사협상에서 임금피크제 확대에 합의한 뒤 시행하기로 했지만, 노조는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현대중 노사도 비슷한 시기인 5월 10일 교섭에 나섰고 19차까지 협상했으나 접점을 찾은 안건이 하나도 없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임금 9만6천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사측 요구안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단협과 조합원 해외연수 및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 폐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 근로 실시 등이다.

현대중 노사의 쟁점은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이다.

노조가 노골적으로 경영 참여권을 요구한 것이어서 회사가 수용하기 어렵다.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가 추진 중인 지원부문 분사 등 구조조정도 핵심 쟁점의 하나다.

노조가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회사는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처지여서 물러설 수 없다.

◇ 동시 파업의 의미…23년 만에 현대 관계사 노조 뭉쳤다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19일, 20일, 22일 동시에 파업한다.

현대차 노조는 21일 하루 더 파업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가 23년 만에 동시파업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맹(현총련) 시절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엄청난 조직력과 투쟁력으로 뭉쳤던 민주노총 산하 핵심 노조였다.

20여 년이 지나 국내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양대 사업장 노조가 이처럼 연대투쟁하는 것에 대해 노동계가 상징적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게다가 10여 개의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가 그룹에 요구한 공동교섭이 성사되지 않자 공동투쟁에 가세한다.

예전 현총련 화력이 다시 불을 뿜는 모양새다.

이들 그룹 사업장 노조는 22일 서울 양재동 그룹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연대를 과시한다.

◇ 파업 배경과 전망…현대차 노조 "임금피크 확대 반대", 현대중 노조 "구조조정 반대"
현대차 노조는 공식적으로는 임금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가 파업 배경이다.

그러나 회사는 아직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교섭 결렬을 선언하는 것은 민노총 파업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20일 민노총의 울산 노동자대회 동참과 현대중 노조와의 연대파업, 22일 현대기아차그룹 노조와의 본사 공동집회 등 이미 짠 투쟁일정에 맞추는 수순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 안건이 없다며 쟁의절차를 밟았다.

실상은 조선 위기 극복을 위한 회사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이은 일부 사업부문 분사 등 구조조정 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백형록 현대중 노조위원장은 "막가파식 경영을 하는 경영진들에 대해 파업 투쟁으로 철퇴를 가하겠다"며 일찌감치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각 노사가 서로의 주장만 하고, 노사의 양보가 없으면 결국 협상 장기화는 불가피하고 여름휴가 이후에도 투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