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조가 지난 8일 갑을오토텍 충남 아산 공장을 점거했다. 10일 노조원들과 사무직 직원들이 공장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제공
갑을오토텍 노조가 지난 8일 갑을오토텍 충남 아산 공장을 점거했다. 10일 노조원들과 사무직 직원들이 공장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제공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업체 갑을오토텍의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이 지난 8일 저녁 충남 아산 공장을 점거했다. 사측이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연봉 8400만원을 받는 귀족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라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올해만 22차례 파업

갑을오토텍 노조, 또 임금 올려달라며 공장 점거
갑을오토텍 노사는 2015년 임금협상과 2016년 임금·단체협상을 함께 벌이고 있다. 임협은 매년, 단협은 격년 주기다. 회사 측에 따르면 근무시간 7시간에 평균 연봉 8400만원을 받는 생산직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 인상 요구안(15만9900원)과 올해 요구안(15만2050원)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은 옛 만도공조가 이름을 바꾼 업체로, 1999년 UBS 사모펀드에 인수됐다가 2009년 갑을상사그룹에 편입됐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올해 들어서만 22차례 부분·전면 파업을 벌였다. 지난 5일부터는 전면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가 관리직 등을 투입해 생산을 정상화하려고 하자 노조는 지난 8일 저녁 제품 출하장과 공장 출입구를 봉쇄했다.

갑을오토텍 관계자는 “절차를 준수하면서 벌이는 파업은 합법이지만 공장을 점거하는 것은 업무방해와 주거 침입 등에 해당하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노사 양측이 원만하게 해결하라’며 아직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갑을오토텍 노조, 또 임금 올려달라며 공장 점거
지난해 말 기준 갑을오토텍 생산직 직원 370명의 평균 연봉은 8400만원이며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평균 인건비는 9500만원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갑을오토텍 생산직 평균 연봉 8400만원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1차 협력사 평균 연봉 4700만원(고용노동부 2015년 조사)보다 78% 높은 수준이다.

계속 오른 인건비 상승으로 회사는 매출이 늘어나는데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2014년 매출 2447억원, 영업손실 65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2789억원, 영업손실 107억원으로 손실 폭이 커졌다.

○신입사원 채용 거부권까지 요구

갑을오토텍 노조는 올해 단협 사항으로 노조의 신입사원 채용 거부권, 파업 때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기본급과 통상수당에만 적용하고 다른 임금은 전액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때 사무직 등 사내 대체인력 투입 금지, 노사 합의를 위반한 노조의 단체행동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 소송과 징계 금지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소진하지 못한 연차의 차기 연도 이월(10개 한정), 근로자 개인 소득의 3%를 넘는 의료비(본인과 직계가족)를 회사가 전액 지원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갑을오토텍 생산직은 2012년부터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60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80㎡짜리 아파트 220가구를 무상으로 쓸 수 있다. 평균 근속연수는 25년에 달한다.

갑을오토텍과 같은 핵심 부품 협력업체의 노조들은 완성차업체의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회사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완성차업체들은 부품마다 복수 협력사를 두기 위해 발굴·육성 등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장기간 업력이 필요한 부품은 빠른 시일 내에 복수 협력사 체제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은 당장의 생산 차질을 피하기 위해 협력사에 노조의 요구 조건을 수용해 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갑을오토텍 고위 관계자는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일감이 줄어들 수 있어 그동안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법과 원칙을 지키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