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근로자 40%가 비정규직?…착시 부르는 '고용형태공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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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453개사 고용형태 발표
하도급 많은 조선·건설 등 하청 정규직 상당수가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잡혀…재계 "반기업 정서 부추겨"
하도급 많은 조선·건설 등 하청 정규직 상당수가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잡혀…재계 "반기업 정서 부추겨"
국내 대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약 40%가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4년부터 매년 7월 발표하는 고용형태 공시를 분석한 결과다. 경영계는 고용형태공시제가 기업의 인력 운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왜곡된 정보로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긴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일 국내 대기업 3453곳의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473만7000여명 중 직접고용 근로자는 380만5000여명(80.3%)이었다. 사업주에 소속되지 않은 ‘소속 외 근로자’는 93만1000여명(19.7%)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0.3%포인트 낮아졌다.
직접고용 근로자 중 정규직 근로자는 290만5000여명(76.3%), 기간제 근로자는 90만여명(23.7%)이었다.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해당 기업의 정규직이냐, 아니냐’만을 놓고 구분하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운데 간접고용 및 기간제 근로자가 183만1000여명(38.7%)에 달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경영계는 이런 공시 결과가 국민에게 왜곡돼 전달되거나 ‘착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A원청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100명이라고 했을 때 60명이 A기업이 직접 고용한 정규직이라면 나머지 40명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잡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B, C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용형태를 일괄적으로 소속이냐 소속 외냐, 기간제냐 아니냐는 식으로만 구분하니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주범인 양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건설·조선·철강 업종에서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수주 물량이 급변하는 데다 전문 분야별 시공이 필요해 상시 인력을 직접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오랜 관행과 경영 방식을 무시한 채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고용형태공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입법 당시부터 왜곡된 정보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2012년 당시 개정안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이동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기업의 영업상 자유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는 데다 기업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우려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날 “고용형태공시제 폐지가 안 된다면 최소한 기업실명 공개는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 고용형태공시제
30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매년 3월31일 기준으로 고용 형태를 공시하도록 한 제도. 기업이 스스로 고용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정규직 채용을 늘리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14년 도입됐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직접고용 근로자 중 정규직 근로자는 290만5000여명(76.3%), 기간제 근로자는 90만여명(23.7%)이었다.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해당 기업의 정규직이냐, 아니냐’만을 놓고 구분하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운데 간접고용 및 기간제 근로자가 183만1000여명(38.7%)에 달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경영계는 이런 공시 결과가 국민에게 왜곡돼 전달되거나 ‘착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A원청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100명이라고 했을 때 60명이 A기업이 직접 고용한 정규직이라면 나머지 40명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잡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B, C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용형태를 일괄적으로 소속이냐 소속 외냐, 기간제냐 아니냐는 식으로만 구분하니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주범인 양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건설·조선·철강 업종에서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수주 물량이 급변하는 데다 전문 분야별 시공이 필요해 상시 인력을 직접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오랜 관행과 경영 방식을 무시한 채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고용형태공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입법 당시부터 왜곡된 정보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2012년 당시 개정안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이동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기업의 영업상 자유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는 데다 기업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우려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날 “고용형태공시제 폐지가 안 된다면 최소한 기업실명 공개는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 고용형태공시제
30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매년 3월31일 기준으로 고용 형태를 공시하도록 한 제도. 기업이 스스로 고용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정규직 채용을 늘리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14년 도입됐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