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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해운사 '대출 절벽']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들…우량 조선·해운사도 돈줄 끊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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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해운사 자금경색 심화

    선박 수주 했는데 선수금환급보증 받는데 한 달
    해운사 65%가 흑자에도…금융사 신규대출 거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달 29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조선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받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며 “우리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1%로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기업 CEO가 현직 장관 앞에서 불만을 털어놓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우산 뺏기’ 행태가 계속되면 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권 사장이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사 '대출 절벽']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들…우량 조선·해운사도 돈줄 끊겨 '위기'
    ◆수주 위한 RG 받는 데도 한 달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27일 SK E&S에서 셰일가스 운송용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두 척을 수주했다.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에는 ‘가뭄 속 단비’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수주를 따내고도 한 달 가까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실제 계약이 성사되려면 은행에서 RG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주요 은행이 RG 발급을 한 달 가까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RG 발급은 지난달 16일에야 이뤄졌다. 그나마도 한 척은 KEB하나은행이, 또 다른 한 척은 수출입은행이 맡았다.

    RG는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하면 발주사가 조선사에 낸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지급해준다는 일종의 보증서다. RG가 발급돼야 수주계약이 성사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가 문을 닫을 우려가 없다면 RG 때문에 은행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제로”라며 “이 때문에 1년 전만 해도 은행들이 서로 RG를 발급해주겠다고 나섰는데 지금은 업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서로 손을 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은행들이 RG를 꺼리는 모습은 외국 선주에 ‘한국 조선사가 위험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은행들이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뭄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RG 수수료는 계약금의 0.3~0.4% 수준에서 배 가까이 뛰었다. 신규 대출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금리를 1%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들어온다. 대형 조선사 재무 담당자는 “금리를 올려달라는 건 기본이고 예금 유치 및 퇴직연금 가입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꺾기’ 관행도 심해졌다”고 말했다.

    ◆선박 발주하려 해도 대출 소극적

    해운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모든 해운사에 대한 대출이 마비된 상태다. 지난해 국내 해운사 151곳 가운데 65%가 흑자를 냈다. 그런데도 은행과 캐피털사는 해운사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도 마찬가지다. 한 해운사 사장이 “회사이름에 조(造·조선의 앞글자) 또는 해(海·해운의 앞글자)가 들어가면 은행에서 아예 신규 대출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금융사의 대출 거부가 이어지면서 해운사는 대출을 포기하거나 외국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해운사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연 4%에서 6%로 높여달라고 요구하자 만기 연장을 포기했다. 대신 사옥을 담보로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일부 해운사는 일본계 및 중국계 은행과 접촉하고 있다. 중국계 은행은 중국 조선소에서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의 소극적인 행보가 국내 조선사의 수주까지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일본 은행들은 국내 은행보다 1%포인트 저렴한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의 소극적 태도는 해운사의 선박 발주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견 해운사 관계자는 “고가의 용선료(선박 임차료)를 내고 배를 빌려 쓰지 않기 위해 배를 직접 건조하려고 해도 국내 은행이 대출해주지 않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병욱/안대규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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