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48억→54억…치솟는 김환기 그림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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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옥션 경매서 점화 '27-Ⅶ-72 #228' 54억에 낙찰…국내 최고가 경신
8개월새 세 번이나 기록 갈아치워…전문가들 "100억 시대 곧 올 것"
8개월새 세 번이나 기록 갈아치워…전문가들 "100억 시대 곧 올 것"
‘한국 미술시장의 황제주’로 꼽히는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추상화 작품이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28일 연 여름 경매에서 김 화백의 뉴욕 시절 점화 ‘무제 27-Ⅶ-72 #228’(264×202㎝)이 54억원에 낙찰됐다. 이로써 이 작품은 지난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8억6750만원에 팔린 김 화백의 1971년작 점화 ‘19-Ⅶ-71 #209’를 제치고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8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고가 작품은 2007년 5월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45억2000만원)였다. 그 사이 김 화백의 작품이 세 번이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크기가 다른 작품이지만 8개월 만에 6억9000만원 더 비싸졌다. K옥션 측은 “45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현장에서 세 명의 응찰이 이어지다가 50억원을 넘어서자 남성 컬렉터가 전화로 응찰하는 등 경합이 벌어졌다”며 “총 19회에 가까운 경합이 이어지다 결국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다”고 전했다. 낙찰자는 국내 미술애호가로 알려졌다.
○뉴욕 시절 작품 줄줄이 상한가
파란색으로 구성한 ‘무제 27-Ⅶ-72 #228’은 김 화백이 미국 뉴욕 거주 시절 제작한 작품이다. 세로 2.6m 가로 2m 대작으로, 1971년 이후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점획 패턴이 사선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빽빽하게 밀집한 점획 속에 방향을 달리하는 면의 분할은 단조로운 화면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한다.
김 화백은 뉴욕 시절에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줬다. 1950~1960년대 그의 예술이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 속에 산, 달, 새 등 한국 고유 서정의 세계를 구현했다면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뉴욕 시절 작품은 점, 선, 면의 조형 요소로 발전해 본격적인 추상 작업에 들어갔다.
김 화백의 작품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수만 개 점으로 구성된 추상화 특유의 조형성이 컬렉터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단색화의 ‘효시’라는 점, 그동안 박수근·이중섭·이우환에 비해 위작 시비가 없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온 인기 작가들이 진위 논란에 휩싸인 것과 달리 김 화백 작품은 위작 시비에서 자유롭다”며 “웬만한 작품은 도록이나 자료 등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경매에서는 외국인 소장자가 출품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점화 가격 5년 새 10배 이상 뛰어
김 화백의 그림값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 그는 홍콩 미술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2008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무제 15-72 #305’(추정가 750만~950만홍콩달러)가 처음 나왔으나 유찰됐다. 이후 2011년 11월 1960년대 작품 ‘구성’(127×71.1㎝)이 외국 미술품 애호가에게 3억700만원에 팔리며 홍콩 미술시장에 데뷔했다. 올 들어 점화와 구상화 시리즈가 홍콩시장에서 점당 20억~50억원대에 거래돼 5년 사이에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국내 근현대 미술품의 경매 최고가 ‘톱10’ 가운데 김 화백 작품이 6점이나 된다. 작년 국내외 경매시장에 나온 102점 중 84점(낙찰총액 244억원)이 팔려 낙찰률 82.3%를 기록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단색화 시장이 활기를 이어갈 경우 뉴욕 시절 제작한 점화는 100억원을 웃돌며 신(新)고가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K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김환기의 점화를 비롯해 박수근의 ‘시장’(4억2000만원), 도상봉의 ‘정물’(1억6500만원) 등 출품작 174점 중 116점을 팔아 낙찰 총액 111억3570만원, 낙찰률 67%를 기록했다. 다만 눈길을 끌었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유찰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불과 8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고가 작품은 2007년 5월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45억2000만원)였다. 그 사이 김 화백의 작품이 세 번이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크기가 다른 작품이지만 8개월 만에 6억9000만원 더 비싸졌다. K옥션 측은 “45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현장에서 세 명의 응찰이 이어지다가 50억원을 넘어서자 남성 컬렉터가 전화로 응찰하는 등 경합이 벌어졌다”며 “총 19회에 가까운 경합이 이어지다 결국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다”고 전했다. 낙찰자는 국내 미술애호가로 알려졌다.
○뉴욕 시절 작품 줄줄이 상한가
파란색으로 구성한 ‘무제 27-Ⅶ-72 #228’은 김 화백이 미국 뉴욕 거주 시절 제작한 작품이다. 세로 2.6m 가로 2m 대작으로, 1971년 이후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점획 패턴이 사선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빽빽하게 밀집한 점획 속에 방향을 달리하는 면의 분할은 단조로운 화면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한다.
김 화백은 뉴욕 시절에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줬다. 1950~1960년대 그의 예술이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 속에 산, 달, 새 등 한국 고유 서정의 세계를 구현했다면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뉴욕 시절 작품은 점, 선, 면의 조형 요소로 발전해 본격적인 추상 작업에 들어갔다.
김 화백의 작품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수만 개 점으로 구성된 추상화 특유의 조형성이 컬렉터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단색화의 ‘효시’라는 점, 그동안 박수근·이중섭·이우환에 비해 위작 시비가 없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온 인기 작가들이 진위 논란에 휩싸인 것과 달리 김 화백 작품은 위작 시비에서 자유롭다”며 “웬만한 작품은 도록이나 자료 등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경매에서는 외국인 소장자가 출품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점화 가격 5년 새 10배 이상 뛰어
김 화백의 그림값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 그는 홍콩 미술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2008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무제 15-72 #305’(추정가 750만~950만홍콩달러)가 처음 나왔으나 유찰됐다. 이후 2011년 11월 1960년대 작품 ‘구성’(127×71.1㎝)이 외국 미술품 애호가에게 3억700만원에 팔리며 홍콩 미술시장에 데뷔했다. 올 들어 점화와 구상화 시리즈가 홍콩시장에서 점당 20억~50억원대에 거래돼 5년 사이에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국내 근현대 미술품의 경매 최고가 ‘톱10’ 가운데 김 화백 작품이 6점이나 된다. 작년 국내외 경매시장에 나온 102점 중 84점(낙찰총액 244억원)이 팔려 낙찰률 82.3%를 기록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단색화 시장이 활기를 이어갈 경우 뉴욕 시절 제작한 점화는 100억원을 웃돌며 신(新)고가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K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김환기의 점화를 비롯해 박수근의 ‘시장’(4억2000만원), 도상봉의 ‘정물’(1억6500만원) 등 출품작 174점 중 116점을 팔아 낙찰 총액 111억3570만원, 낙찰률 67%를 기록했다. 다만 눈길을 끌었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유찰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