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글로벌 통화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통화상품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달러화와 엔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지난 24일 브렉시트 결정을 계기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상당 기간 강세를 띨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달러 선물지수 등락폭의 두 배만큼 움직이는 ETF인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합성)’는 24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간 3.52% 올랐다. 이 기간 ETF 215개 종목 가운데 일곱 번째로 수익률이 높았다. 이 상품은 지난 24일 5.15% 오르기도 했다. 24일 2.62% 상승한 ‘KOSEF 달러선물’은 3거래일간 1.78% 오르며 선전했다. ETF 통화상품은 모두 원·달러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ETN 통화상품도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일본 엔화 등락률의 두 배만큼 오르내리는 ‘TRUE 레버리지 엔선물 ETN’은 3거래일간 8.35% 상승했고, 같은 기간 ETN 시장 수익률 2위에 올랐다. ‘TRUE 엔선물 ETN’(수익률 4.37%) ‘신한 달러인덱스 선물 ETN(H)’(2.83%) ‘TRUE 인버스 유로선물 ETN’(0.15%)도 3거래일간 오름세를 나타냈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통화상품은 총 11개 종목(ETF 4개 종목, ETN 7개 종목)이다.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진 것은 기초자산 통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인 덕분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4일 2.18% 급등한 95.57까지 올랐다. 같은 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 대비 3.1% 상승한 달러당 102.42엔에 마감했다. 24일 엔화가치는 장중에 2년7개월 만에 최고인 달러당 99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엔화 관련 투자상품은 하반기에도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브렉시트가 글로벌 시장을 짙은 안갯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즉 엔화 매입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연내 달러당 88엔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는 하반기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대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결정 등 달러 가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많다”며 “달러 강세가 하반기에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환율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통화상품 개발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 엔·유로화 ETN 5개 종목을 상장시킨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연내 유로화 선물 레버리지 ETN 상품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 출시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