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트렉시트?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본선 가도를 앞두고 위기를 맞았다. 본선행을 확정지은 뒤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과의 지지율 격차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지난 20~23일 미국 전역에 걸쳐 유권자 835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51%를 얻어 39%에 그친 트럼프를 12%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이 조사에서 클린턴이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트럼프를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응답자의 56%는 ‘트럼프가 자신들의 신념에 반한다’고 밝혔고, 64%는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46%의 지지율을 기록해 41%를 얻은 트럼프보다 5%포인트 높았다. 지난달만 해도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트럼프의 지속적인 인종차별 발언과 공화당 내분, 올랜도 총격사건 등의 여파로 클린턴이 이달 들어 확실한 우세를 잡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공화당 주류에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적격성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ABC 방송에 출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은 최근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트럼프 ‘보이콧’을 선언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