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에서 출발한 페리선 ‘그랜드 피스호’가 평택항에 입항한 지난 21일 오전 11시. 소무역상인 일명 ‘보따리상’들로 북적여야 하는 평택국제여객터미널 앞 주차장은 한산했다. 100명도 안되는 보따리상이 건고추 땅콩 등을 넣어가지고 온 가방 등 짐보따리를 승합차량에 싣고 있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페리선이 1회 입항하면 400명 넘는 보따리상이 북적대던 것과 비교하면 평택항은 ‘썰렁한’ 보따리 무역항이 됐다. 이날 반입한 전체 물량도 6.5t에 불과했다. 보따리상들로 구성된 평택항소무역연합회 관계자는 “28일 평택항에 입항하는 그랜드 피스호의 보따리상은 지난주보다 줄어든 70~8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평택항만공사와 평택항소무역연합회에 따르면 평택항 보따리상은 연합회가 출범한 1997년에는 국내 보따리상과 화교들까지 포함해 2400여명이 활동했다. 2000년 초반까지 2000여명이 활동하던 보따리상은 2010년 중국 농산물의 국내 반입량 제한과 2013년 보따리상을 통한 한국 공산품의 중국 수입 금지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보따리상을 통한 중국 농산물의 국내 반입은 1인당 200㎏에서 50㎏으로 줄었다. 중국 측은 보따리상이 한국 공산품의 중국 반입을 제한했다. 이는 수입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따리상들은 한국에서 중국에 갈 때는 화장품 등 공산품을 가져가고 귀국할 땐 농산물을 들여왔다. 하지만 중국 측의 보따리상을 통한 한국 공산품의 중국 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에서 수입을 한 푼도 얻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보따리상의 수입은 단속 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 보따리상들은 “중국 농산물 반입으로 얻는 ㎏당 3000~4000원의 수입으로는 생활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평택에 거주하는 60대 보따리상 김모씨는 “육지의 노숙자처럼 가족과 연락을 끊고 배에서 생활하는 60~70대 ‘배숙자’들이 많다”며 “중국 1회 왕복에 뱃삯 12만원, 식비 3만원 등 총 15만원 정도의 경비를 제외하면 4만~5만원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개인 반입량이 200㎏일 때는 1회 왕복에 30만~40만원을 벌었다. 중국 웨이하이시와 르자오시를 매달 10회 왕래하면 최대 4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

보따리상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업자가 급증하자 정부에서 암묵적으로 소무역상 활성화라는 취지로 양산됐다.

경기도와 평택시도 보따리상이 민간무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며 평택항여객터미널에 사무실을 내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택항만공사에서 주 2회 선상 무료 의료와 급식 지원을 해주는 게 전부다.

최태용 평택항소무역연합회 이사장은 “한때 민간 외교사절 등으로 불렸던 보따리상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