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달부터 삼성전자에서 ‘김 부장’ ‘이 대리’ 등의 호칭이 완전히 사라진다.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추진하고 있는 컬처 혁신의 일환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호칭 개선을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기반을 둔 호칭 개선안은 이달 말 열리는 ‘인사혁신 로드맵 발표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설문조사에는 △이름 뒤에 ‘님’자 붙이기 △성 또는 이름 뒤에 ‘프로’자 붙이기 △성 또는 이름 뒤에 ‘매니저’ 붙이기 △각자 정한 영어 이름으로만 부르기 등 네 가지 안이 선택지로 제시됐다. 이 중 영문 이름으로 부르는 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직원 30만명 중 20만명가량이 외국인으로,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전자의 위상에 맞춰 호칭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다.

영문 이름으로 확정되면 삼성전자에서는 부하직원이 상사를 부르더라도 별도의 직급을 붙이지 않고 ‘톰’이나 ‘제인’ 등으로 부르게 된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를 통해 상하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5단계인 사원 직급 체계도 3~4단계로 간소화된다. 승진과 보상 차원에서 직급은 남아 있지만 호칭이 통일되면서 실제로 부를 일은 없다. 상무 이상 임원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지금과 호칭에 변화가 없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이미 호칭을 바꾸고 있다. 제일기획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든 직원이 서로를 ‘프로’로 부르고, 삼성증권은 ‘PB’로 통일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직원만 10만명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호칭 개선이 큰 부작용 없이 정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현석/노경목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