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석 교수 "흔들리는 가족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지혜 모을 것"
“가정학이라 하면 아직도 ‘집에서 현모양처 주부되는 법을 공부하는 걸 뭘 연구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건 가정학에 대한 완벽한 오해죠. 가정학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덜 알려진 데 대해선 학계 책임도 커요. 저 역시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31일부터 8월6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는 제23차 세계가정학대회 조직위원장인 박미석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 교수(58·사진)는 지난 14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순헌관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가정학대회는 1908년 스위스 프리부르에서 설립된 세계가정학회에서 4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학회다. 60개 회원국에서 약 1000~1200명의 가정학자들이 모여 가정 경제와 미래 가족 형태, 의식주와 영양, 가정심리학 등 가정과 관련한 모든 테마를 논한다. 세계가정학회는 UN 및 유럽이사회와 대등한 지위로 협상할 수 있는 국제비정부기구 지위를 갖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이 대회를 유치했고, 박 교수는 2014년부터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대전시에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대회에서 빈곤국과 개발도상국 측 참석자들에게 참가비와 체류비 등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대전시는 유치 과정에서 적극 나섰고요.”

박 교수는 가정학에 대해 “가족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정학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가정학에서는 ‘자원을 같이 공유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가족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정학상의 가족은 혈연집단뿐만 아니라 기숙사의 룸메이트, 요양원이나 보육원 등 공공시설에서 함께 사는 사람 등 다양한 형태를 띱니다. 이런 면에서 가정학은 오히려 일반인의 통념과 달리 매우 진보적인 학문이죠.”

그는 “가정학 안에선 식품영양학과 의류디자인, 경제학과 건축학, 심리학, 정보기술(IT) 등 거의 모든 학문이 서로 총망라돼 만나고 엮인다”며 “가정학의 특성상 사회 변화에 어느 분야보다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잇따르는 자녀 학대 사건도 거론하며 그는 “가족을 지키는 것도 경영이며, 부부와 부모가 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학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고, 그에 따른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니까요. 사회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가정이 튼튼해져야 합니다.”

최근 세계 가정학계의 주요 테마는 ‘지속 가능한 생활양식 보존’과 ‘빈곤 탈출’, ‘건강한 주거환경 확보’다. “아무래도 요즘 각국에서 테러나 내전 등으로 생존 자체에 불안을 느끼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가정학계의 테마를 보면 그 시대를 그대로 볼 수 있죠.”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전국 161곳에 설치돼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여성가족부 산하) 운영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이곳에선 가족문제 상담과 예비 부부 및 예비 부모 교육, 전통 가정문화 전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다”며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이 테마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글=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