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자투리 펀드’(설정 1년 이상 된 설정원본 50억원 미만 공모펀드)를 해지하면서 투자자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투자자가 적절한 시점에 펀드를 환매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펀드를 정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소규모 펀드 정리 지침’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소규모 펀드 비중을 이달 말 11% 이하, 9월 말 7% 이하, 연말까지는 5% 밑으로 낮춰야 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정리현황을 보고한 22개 운용사 중 4곳만 소규모 펀드 비중을 11% 이하로 낮췄다. 하나UBS(54%) JP모간(28%) 등은 소규모 펀드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한 운용사는 신규 펀드를 내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지침에 맞추기 위해 자투리 펀드를 줄이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은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펀드를 청산한다는 금융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해지된 해외주식형펀드 ‘프랭클린템플턴아시아그로스’에 5년간 투자해온 김진영 씨(서울 방배동)는 “SC제일은행에서 장기투자 목적으로 가입했는데 한 달 전 펀드를 없앤다고 연락이 온 뒤 일방적으로 펀드가 청산됐다”며 “적절한 타이밍에 환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아 10%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운용사가 펀드 이전 및 합병 방식에 따라 한달 반 전에 투자자에게 고지한 뒤 청산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