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무제', 45억~60억 추정…서울옥션은 천경자 작품 출품

우리나라 미술 경매 시장을 이끌고 있는 K옥션과 서울옥션이 '이름값'하는 작가들을 앞세워 28~29일 앞다퉈 경매를 연다.

미술 경매시장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최근 유명 작가의 작품이 잇달아 자체 최고가를 경신해 이번 경매전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이 뜨겁다.

◇ K옥션, 김환기 '무제' 등 175점 출품…기록 경신 도전
K옥션은 28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열리는 여름경매에 총 175점, 160억원 상당(낮은 추정가액 기준)의 작품을 선보인다.

낮은 추정가액으로 따져도 K옥션 경매사상 최고 규모다.

K옥션이 대표작으로 내세운 것은 김환기의 '무제 27-VII-72 #228'이다.

K옥션은 이 작품으로 김환기의 1970년작 '무제'가 세운 역대 최고가(48억7천만원) 기록에 도전한다.

경매 출품작은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무르익은 1972년에 그린 것으로, 가로세로 2m가 넘는 대작이어서 기록 경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K옥션 측 설명이다.

김환기는 1971년 이후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점획 패턴이 사선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 작품 또한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

빽빽하게 밀집된 점 획 속에 방향을 달리하는 면의 분할은 단조로운 화면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한다.

일단 K옥션은 이 작품의 추정가를 45억~60억원으로 잡았다.

이 밖에 김환기의 '파리시대'(1956~1959년) 작품인 '달과 항아리'(추정가 4억8천만~7억원) 등 다른 작품 5점이 더 출품된다.

박수근의 '시장'(추정가 5억~8억원)도 이번 경매에 나온다.

시장에서 6명의 남녀가 모여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담은 13×23㎝ 크기의 작은 그림으로, 유명한 아시아 미술 수집가였던 고(故) 호튼 프리먼 미국 AIG사 부회장이 소장하던 것이다.

프리먼 회장이 작가로부터 직접 구입했으며 그가 별세한 이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라고 K옥션은 설명했다.

또 최근 '미인도' 위작 논란으로 대중의 관심이 쏠린 천경자 화백의 '여인'(추정가 4억5천만~6억원)과 '아이누 여인'(5억3천만~7억원)도 나온다.

1974년 제작된 '여인' 속 머리에 파란 리본을 한 젊은 여성은 작가 자신의 자화상인 이상적 여성상으로 관측된다.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꽃들은 환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또 다른 출품작 '아이누 여인'은 작품 제목처럼 실제 아이누족의 초상이라기보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거쳐 다시 태어난 여인으로, 이국 여인의 형태를 한 작가의 분신으로 보인다.

앞서 K옥션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홍보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도 이날 경매에서 거래된다.

이 대동여지도는 군현별로 다른 색이 칠해진 채색지도로, 채색 대동여지도 가운데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서울옥션, 천경자 '우수의 티나'·'기행스케치' 경매
2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본사에서 '140회 미술품 경매'를 여는 서울옥션은 천경자의 1994년작 '우수의 티나'를 대표작으로 내세웠다.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이 불거지자 절필을 선언한 천경자가 1995년 호암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2006년 천경자의 대표작 14점을 선정해 제작된 한정 판화 모음집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에도 이 작품이 포함돼 있다.

세로 45㎝, 가로 37.4㎝ 크기의 이 작품의 추정가는 6억8천만~10억원이다.

작품 구상을 위한 해외 여행을 즐겨 다닌 천경자가 여행에서 그린 스케치작품 16점을 모아 화집으로 묶은 '기행스케치-화문집'(추정가 4억~6억원)도 눈길을 모으는 작품이다.

이 화집은 1983년 6월 천경자가 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국의 일상과 정취, 풍광을 묘사해 작가가 여행에서 느낀 감흥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남쪽 오와하까 지역 여인을 그린 1979년작 '오와하까'(추정가 7천만~9천만원)도 나온다.

이번 경매에선 '모던 매스터'(Modern Master)라는 이름으로 1세대 도불작가인 이성자를 포함한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김창열과 함께 1950년대 파리로 유학을 떠난 김성자는 동양적 향취와 이미지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출품작 '어느 봄날의 밤'(추정가 4천500만~6천만원)은 중간 색조의 밝은 바탕에 구름, 달로 추측되는 기하학적 형태와 기호가 배치돼 있다.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라는 제목으로 민중미술도 선보이는데 최근 재조명 받는 작가 오윤(1946~1986)의 '춤' 등 4점이 나온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간결하면서도 힘찬 선묘로 한국 민중의 전형을 담은 작가의 특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86년 제작된 이 작품의 경매 추정가는 1천만~2천만원이다.

2부 경매로 진행되는 고미술 부문에선 김홍도의 '시의도첩'(추정가 2억~5억원)이 출품된다.

김시습, 최사립, 율곡 이이 등 16세기를 대표하는 8인이 지은 시를 250여 년 후 자하 신위, 송상래, 유한지 등 8인의 문인이 직접 적고, 각 시제에 걸맞은 그림을 김홍도가 직접 그려 완성한 것이다.

중국의 시가 아닌 조선 문인들의 시를 후학들이 받들어 적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고 서울옥션은 설명했다.

겸재 정선의 '성류굴'(추정가 1억~3억원)과 우보 김기창,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 등의 작품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