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DNA를 자르고 편집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두고 일각에선 유전자로 차별받는 사회나 맞춤형 아기의 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2002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뒤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가 등장하기 전에도 제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와 제2세대 탈렌(TALEN)이 있었다. 이들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들이다. 단백질 공학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부위의 DNA를 잘라낸다. 하지만 징크핑거와 탈렌은 만들기 어렵고 가격이 비싸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1세대 및 2세대 유전자가위와 달리 유도물질인 RNA가 절단효소인 Cas9과 붙어 DNA로 이끈다는 점이 다르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유전자가위를 만들 수 있어 편리하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한꺼번에 유전자가위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수만 개에 이르는 유전자를 동시에 제어해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번에 성능 검증에 성공한 신형 유전자가위(CRISPR-Cpf1)는 RNA는 그대로 두고 DNA를 잘라내는 절단효소 Cas9을 Cpf1으로 바꾼 것이다. Cas9보다 적은 수로도 정확히 목표한 위치를 찾아가 DNA를 잘라낼 수 있어 더 정교한 교정이 가능하다는 게 학계 설명이다.

■ 유전자가위

인간세포와 동식물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는 세균이 천적인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관련 DNA를 잘게 잘라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침입했을 때 물리치는 면역체계를 부르는 용어다. 이를 이용해 개발한 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