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수출파워 세계를 연다] K팝 배우고 한복 체험까지…해외 한국문화원 방문자 10만(萬) 육박
지난 2일 샹젤리제 거리와 엘리제궁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들어서고 있는 한국관광문화센터 사전개소식이 열렸다. 6~7층 건물 3개 동을 복도로 연결한 이 센터는 파리한국문화원의 기능과 시설을 확대 개편한 것. 민간 아파트 건물의 지상 1층과 반지하층을 36년 동안 사용해온 현재 문화원의 약 4배인 연면적 3300㎡에 150석 규모의 공연장을 비롯해 한류체험관, 전시장, 도서실, 강의실 등을 갖추고 내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문화원뿐만 아니라 한국교육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파리 지사도 이곳에 입주해 관광과 한류 콘텐츠 홍보, 유학 상담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외 한국문화원이 한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를 단순 소개하던 데서 벗어나 한국어와 한국 음식, K팝 댄스, 한국영화 등 문화 전반을 체험하는 장소로 달라지고 있다. 한류를 뼛속 깊이 느낄 때 한류 상품 수출도 활발해진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 수출 확대 효과도

지난달 7일 인도 뉴델리 주재 한국문화원 지하 강당에서 현지인들의 K팝 축제가 펼쳐졌다. 지난 4월25일부터 2주간 진행된 ‘2016 K팝 아카데미’ 수료생 20여명과 친지·동료 등 100여명이 졸업 공연을 한 것. K팝 아카데미는 해외홍보문화원이 해외 주요 한국문화원에 전문강사를 파견해 댄스와 보컬 등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다.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한국문화원 등 20개 한국문화원이 올해 K팝 아카데미를 개설했거나 개설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원들이 이처럼 각종 사업을 ‘보는 한류’에서 ‘체험하는 한류’로 진화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문화원은 한국영화제와 K팝 페스티벌에 한국 배우와 가수를 초청해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전통문화 등의 체험행사도 다양하게 열고 있다. 지난해 9월 도쿄한국문화원이 개최한 한·일 축제한마당에는 남사당놀이와 전통악기 연주, 한식코너 등을 마련해 6만8000여명을 모았다.

올해도 다채로운 체험 행사들을 마련한다. 뉴욕한국문화원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태권도 유단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태권도를 활성화하고 관련용품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도쿄한국문화원은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7개 지역에서 지난 4월부터 K팝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방 순회 한국영화제, 이집트에서는 한복 패션쇼와 디자인 세미나, 인도에서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각각 연다.

문화콘텐츠 수출 확대 효과도 거두고 있다. 독일한국문화원은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중 문화원을 개방해 한국영화 시사 장소로 제공하고 국내외 바이어들의 상담 장소로도 활용토록 했다. 덕분에 수출계약 실적이 지난해(249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770만달러에 달했다. 상담 건수와 계약 건수도 각각 20%, 60% 늘었다. 베이징한국문화원은 2014년 한·중 OST콘서트를 열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음악업체들이 중국 드라마 ‘사랑이 돌아왔다’ 등 10여편의 OST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급증하는 한국문화원

위상과 역할이 커지면서 재외 한국문화원 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문화원은 1979년 도쿄와 뉴욕에 처음 설립된 뒤 지난해 말까지 총 24개국 28개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 이어 캐나다(9월), 이탈리아(10월), 싱가포르(12월) 등 네 곳에 개설돼 총 32개로 늘어난다. 재외 한국문화원 한 곳당 평균 방문자 수도 2013년 약 5만3000명에서 지난해 7만900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8만3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홈페이지 이용자 수도 2014년보다 37% 증가했다.

재외 한국문화원 건물의 정부 소유도 늘릴 계획이다. 29개 재외 한국문화원 건물 중 정부 소유는 도쿄, 베이징 등 6곳에 불과하다. 김갑수 해외문화홍보원장은 “문화원에서 전시회와 공연, 문화강좌, 영화 상영, 체험 행사 등을 하려면 규모가 꽤 커야 한다”며 “2020년까지 13개 건물을 매입해 총 21개 문화원 건물을 정부가 소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