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자이자 알파벳 CEO인 래리 페이지는 “기술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 라고 말했다.
구글 창업자이자 알파벳 CEO인 래리 페이지는 “기술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 라고 말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43)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정기적으로 이메일과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잡스는 페이지에게 거듭 “자넨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네”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페이지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당신은 일을 너무 적게 하고 있지요.”

‘세기의 대결’로 불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인간 최고수 이세돌의 대국은 구글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AI가 압승한 결과가 가져온 ‘알파고 충격’은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다가올 현실임을 일깨웠다. AI뿐 아니다. 다소 허황된 것이라 여겨진 구글의 프로젝트들도 ‘실현될 수 있는 꿈’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이 거대한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이 열어갈 미래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도 커졌다. AI 개발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혈당 측정 콘택트렌즈, 인터넷중계기 풍선, 생명 연장 프로그램 등 구글의 차세대 프로젝트들이 앞다퉈 소개됐다. 구글은 단순히 ‘검색엔진의 최강자’ ‘세계 최대·최고의 인터넷서비스업체’가 아니었다.

독일 유력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실리콘밸리 특파원 토마스 슐츠가 쓴 《구글의 미래》는 구글이 꿈꾸는 미래와 그 실현을 위해 시행 중인 연구와 사업, 전략을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을 곁들여 상세하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좀처럼 외부에 문을 열지 않는 구글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5년여에 걸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밋 등 구글 최고경영자(CEO) 3인을 비롯해 주요 사업과 프로젝트의 수장 40여명을 인터뷰하고 각 사업부문을 취재해 구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비밀연구소’라 불리는 구글X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들을 낱낱이 공개하고, 구글 창업자들이 어떤 야망을 품고 있고,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며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어떤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책마을] "인류의 삶, AI로 채울 것"…현실로 다가온 구글의 야망
저자는 페이지가 구글을 ‘제3자’의 시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설명하는 ‘책 프로젝트’에 협조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페이지는 왜 ‘반(反)구글 정서’가 가장 거센 독일의 한 언론인에게 회사를 속속들이 보여주고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을까. 페이지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술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구글은 항상 그걸 실현하려 노력해왔죠. 그렇지만 아직은 이 메시지를 생각만큼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네요.”

저자에 따르면 가까이서 들여다본 구글의 야망은 훨씬 크고 스마트했다. 페이지와 브린은 창업 당시 구글의 임무를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전 인류가 접근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공표했다. 구글은 이후에도 공공연하게 그들을 움직이는 프레임이 ‘문명과 인류 전체’임을, 즉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임을 밝혀 왔다.

구글의 야망은 페이지가 CEO로 복귀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페이지는 공상과학(SF)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미래 기술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해 왔다. 페이지는 ‘10배(10×)’ 철학을 공표하고 구글의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삼았다. 이는 ‘구글이 하는 일은 모두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것보다 10배 더 위대하고, 더 나으며, 더 빨라야 한다’는 철학이다. 페이지는 기업 조직원들에게 단지 10%가 아니라 10배 더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마치 주문을 외는 것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이런 주문에서 대담한 1급 비밀 프로젝트들이 추동력을 얻었다. 안경에 휴대용 컴퓨터 시스템을 장착한 구글 글라스나 혈당을 측정하는 콘택트렌즈 같은 제품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새 부서에서 구글의 최고 엔지니어들은 AI 로봇을 만들고 있고, 자동 우편배달부 역할을 하는 드론도 개발하고 있다. 나노 알약부터 양자 컴퓨터, 사물인터넷까지 구글의 프로젝트는 거의 모든 미래 첨단 기술분야에 걸쳐 있다. 구글 수익의 원천인 검색엔진은 AI와 결합해 미래 사업으로 연결된다.

이 모든 프로젝트는 ‘우리의 삶을 인공 기계로 채우겠다’는 개념으로 연결된다. 구글은 일종의 확장된 자아 혹은 삶의 온갖 부분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디지털 조수가 되고자 한다. 우리의 어깨 너머로 운전, 여행, 에너지 사용, TV 시청 등 일상생활을 끊임없이 지켜보는 조수 말이다.

페이지는 이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가 삶을 개선하고 인류 발전을 이끌 것을 굳게 믿지만 ‘정보를 지배하는 구글’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대표적 구글 비판론자인 마티어스 되프너 독일 슈프링어 출판사 대표는 “빅 브러더는 잊어라! 구글은 그보다 더 큰 존재이니까”라고 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구글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시민의 모든 것을 보고 들어 공포에 몰아넣는 빅 브러더보다 ‘더 나쁜 존재’라는 의미다.

페이지의 이번 ‘책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페이지의 야망과 구글이 하고 있는 사업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면서도 일방통행식으로 흐르지 않는다. 구글로 상징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정치·문화적 논쟁과 구글이 맞이할 도전 등도 가감 없이 소개한다. 전체적으로는 기술낙관주의, 기술을 통한 발전에 대한 믿음을 지지한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구글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