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공장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산업용 소프트웨어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지멘스 등 유럽 기업도 앞다퉈 세계 곳곳에 스마트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인도 푸네시에 있는 GE의 ‘생각하는 공장’ 생산설비 앞에는 직원이 한 명도 서 있지 않다. 직원들은 생산설비에서 떨어져 태블릿PC를 들고 공정과 제품의 개선점에 대해 논의할 뿐이다.

아밋 쿠마르 GE남아시아 공급관리 이사는 “푸네공장은 산업인터넷을 통해 설비, 공정, 공장 최적화까지 하고 있다”며 “공장 안에 있는 모든 설비와 제품에서 보내는 정보가 산업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실시간 공유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기계 앞을 지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멘스 역시 스마트 공장으로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공장에선 개별 바코드로 분류된 부품과 설비들이 매일 5000만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쏟아낸다.

컴퓨터는 매일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 기계를 언제 가동해야 하고, 언제 작동을 멈춰야 하는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최적의 공정은 무엇인지 등을 초 단위로 진단한다. 슈테판 리첼 암베르크공장 생산엔지니어링부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억유로(약 2331억원)를 투자했다”며 “생산공정 개선으로 불량률은 제품 100만개 가운데 11.5개 수준으로 줄었고 생산성은 여덟 배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불량률은 25년 전의 40분의 1 수준이다.

스마트공장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업 강국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다른 국가 및 기업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정해지면 지금까지 개발하거나 사용해온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2011년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채택했다. 고성능 산업기계와 물류, 생산설비에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접목해 최적화된 제조·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도 표준 전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지난해 일본 기계학회를 중심으로 후지쓰, 히타치, 덴소, 미쓰비시 등이 참여하는 ‘산업용 가치사슬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포괄할 수 있는 산업인터넷 운용체제(OS)를 구축해 세계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독일이 개발하는 각각의 기술 표준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GE와 AT&T, 시스코, IBM, 인텔 등을 중심으로 2014년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을 설립했다. 이 컨소시엄엔 2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GE가 지난해 선보인 세계 최초 산업인터넷 OS인 ‘프레딕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