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습한 비닐하우스 사육장…종이상자 '분만실'서 새끼 생산
허술한 법, 단속도 소홀…신고한 시설조차 관리 규정 안 지켜

일명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애완견 번식장의 모습은 생각보다도 훨씬 열악했다.

30㎡ 남짓한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덧씌워 만든 사육장에는 가로 120㎝, 세로 90㎝ 크기의 철제 케이지가 다닥다닥 들어차 있고, 케이지마다 체구가 작은 애완견 2∼3마리가 뒤엉켜 사육되고 있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말티즈 1마리는 한쪽 눈이 퉁퉁 부은 채 어두운 케이지 안에 웅크린 채 엎어져 있다.

주인은 "눈을 다쳐 치료하는 중"이라고 했다.

악취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철망으로 된 바닥에는 사료와 분변 등이 나뒹글었고, 낯선 방문객을 향해 목이 터져라 짖어대는 개들의 모습도 한결같이 꾀죄죄했다.

최근 학대 논란에 휩싸인 '동물 생산업소' 점검에 나선 공무원과 동행해 기자가 둘러본 충북 옥천의 한 강아지 번식장 모습이다.

제대로 된 건축물이 아니다 보니 환풍장치나 냉방기를 가동해도 여름철 푹푹 찌는 더위나 눅눅한 습기를 막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나마 애완견 80여마리를 사육하는 이곳은 동물보호법이 정한 시설기준에 맞춰 정식으로 동물 생산업 신고를 한 업소다.

점검반은 "비닐하우스지만, 비교적 내부가 청결하게 관리되는 사육장"이라고 평가했다.

◇ 비좁은 사육장…출산·치료 때만 나갈 수 있어
번식장의 개는 라면상자 4∼5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케이지에 갇혀 지낸다.

몸집 작은 소형견이 간신히 뒷발을 딛고 몸을 일으켜 세울 정도의 비좁은 공간인 데다 바닥도 철망이어서 걷기에도 불편한 구조다.

이곳에서 개들은 주인이 주는 사료를 받아먹으면서 오로지 새끼를 낳기 위해 사육된다.

1.1㎡(0.3평)도 안 되는 케이지가 세상의 전부인 셈이다.

이들은 케이지를 벗어나는 것은 교미나 출산할 때 뿐이다.

새로 옮겨지는 공간도 크게 나을 것은 없다.

이곳보다 조금 한적할 뿐, 비슷한 구조의 케이지로 돼 있다.

'분만실'이라고 이름 붙여놓고, 종이상자 한 개만 덩그러니 넣어둔 곳도 많다.

어미 개는 이곳에서 새끼를 낳고 1개월 남짓 함께 지낸다.

이후 새끼가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다시 사육장으로 옮겨져 또 다른 임신과 출산을 준비한다.

농장 주인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불법 번식장 때문에 합법적인 강아지 생산업소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번식장은 강아지를 강제로 임신시키거나 불법으로 제왕절개 수술 등을 하지는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애완견은 면역력이 약해 불결한 환경에 조금만 노출돼도 쉽게 병에 걸린다"며 "소중한 재산이자 생계수단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 관리하겠느냐"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 옥천에만 번식장 17곳…절반이 비닐하우스
옥천에는 정식으로 등록된 강아지 번식장만 17군데나 된다.

충북도내 번식장 21곳 중 81%가 몰려 있는 셈이다.

가까운 대전에 대규모 애완견 경매장 3곳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번식장의 강아지는 경매장을 거쳐야만 애견샵에 보내진다.

유일한 유통 경로인 경매장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다보니 옥천에 공급처 여러 곳이 들어선 것이다.

문제는 번식장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이다.

투자금이 많지 않은 영세 농가가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된 사육시설을 갖춘 곳이 별로 없다.

옥천군 조사 결과 17곳의 번식장 중 절반이 넘는 9곳이 비닐하우스를 사육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애완견 120마리를 사육하는 한 업소는 3동의 비닐하우스를 지어 2동은 사육장, 1동은 분만실로 나눠 쓰고 있다.

분만실에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듯한 강아지가 어미 젖을 빨고 있다.

앳된 티를 채 벗지도 못한 시츄 새끼 3마리는 어미 품에서 분리돼 경매장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한 달 20∼30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난다.

주인은 "보통 태어난지 50일이 되면 경매장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은 생후 2개월 미만의 개와 고양이 거래를 금지했지만, 정작 이 무렵이 되면 아기 티를 벗어나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어미 곁에 오래 둘수록 강아지가 건강한데,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추다 보니 젖떼는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농장에서는 그나마 50일 넘은 것을 경매에 내놓지만, 일부에서는 45일 된 것도 나온다"며 "작고 어릴수록 높은 값을 매기는 소비시장이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 허술한 법…관리카드 작성도 안 지켜
정부에서 2012년 동물 생산업 신고제를 도입한 이후 전국 지자체에는 187곳의 동물 생산업소가 신고됐다.

그러나 불법 운영 중인 번식장까지 합치면 최대 1천여 곳에 이를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정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보다 훨씬 많은 3천곳에 달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물 생산업소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미신고 영업을 하다가 적발되더라도 벌금 100만원만 물면 된다.

신고된 시설의 관리·감독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이날 연합뉴스가 확인한 번식장 3곳 중 2곳에서는 의무사항인 개체 관리카드를 작성하지 않고, 사육시설마다 부착하게 된 개체별 정보표시도 해놓지 않았다.

1년 이상 보관하게 돼 있는 동물 거래내역서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개월 미만의 어린 강아지가 불법 유통돼도 통제는커녕 현황 파악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신고된 업소가 이 정도이니, 이보다 숫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신고 업소의 상황이 어떨지는 가히 짐작이 가능하다.

충북도는 농식품부 지침에 따라 조만간 번식장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조사를 통해 외진 지역에 숨어 있는 불법 번식장 실태가 얼마나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충북도 관계자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관리가 허술했던 만큼, 하루아침에 불법 번식시설을 파악해 바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경매기록 등을 역추적해 공급처를 찾아내는 기술적인 접근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