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 초저금리는 과도한 위험선호"라면서도 "지속·점진적 인상 필요"

현재 0.25∼0.5%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꽤 일찍" 더 오를 수 있다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이사가 전망했다.

파월 이사는 26일(현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앞으로 발표될 자료(경제지표)와 위험요인이 변화하기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꽤 일찍 적절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 오래 초저금리를 유지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하게 위험 선호 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속 불가능한 자산 가격의 상승과 신용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같은 해 말부터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정책을 쓰다가 지난해 12월에 기준금리 범위의 상·하단을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올해 들어 연준은 두 번가량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았다.

파월 이사의 이 발언은 최근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6월 또는 7월에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은 해 온 뒤에 나왔다.

특히 지난 18일 발표한 4월 통화정책회의(FOMC) 정례회의록에 "대부분의 참석자(FOMC 위원들)가" 향후의 경제지표가 양호하다면 "오는 6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긴 점은 연준이 금융시장에 앞으로의 금리인상 일정과 관련해 제시한 가장 강한 '메시지'로 꼽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 4월 FOMC 회의록 발표 전인 지난 13일에 6월 금리인상 확률은 불과 3.8%였고 9월과 12월 인상 확률이 각각 38.9%와 58.2%였다.

이에 비해 이날 산출된 6월 금리인상 확률은 26.3%였고 9월과 12월 인상 확률은 각각 64.0%와 77.5%로 높아졌다.

최근 연준에서 이처럼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는데 대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금리를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했다기보다, 만에 하나 발생할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이사 역시 이날 강연에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금융위기로) 잃었던 경제 기반을 회복할 가장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이 3%대에서 2%대로 낮아졌다며 "잠재적인 생산량 증가율의 하락은 아웃풋 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이 없어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더라도 금리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파월 이사는 금리 인상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데 따른 위험요인은 솔직히 말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으며 "지금 (미국) 경제가 거품 상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이사는 6월 금리인상을 지지할지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발표될 자료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오는 6월 23일 영국에서 실시되는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 탈퇴 여부 결정 투표에 대해 파월 이사는 "영국과 EU 모두의 경제성장에 잠재적으로 타격을 줄 만한 요인이지만, 금융체계 전체에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퍼뜨릴 사건으로는 생각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6월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신중해야 하는 쪽으로 작용할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번 FOMC 정례회의는 오는 6월 14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