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2분기 성적표도 '맑음'…정제마진 하락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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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업황 전망
손지우 < SK증권 연구원 >
손지우 < SK증권 연구원 >
국내 정유업계는 올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8448억원으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6711억원을 25.9% 웃돌았다. 에쓰오일도 49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증권가 예상치 4397억원을 넘어서는 빼어난 실적을 올렸다. 비(非)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실적이 좋았다. 정유업계의 영업이익 규모는 총 2조원이 넘는다. 정유업체 주가도 작년 말부터 상승세를 거듭해 대부분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가 반등에 2분기도 상승세
정유업체 실적 호조는 유가 오름세에 기반하고 있다. 싼 원유를 사서 가공한 뒤 높아진 유가를 반영해 팔면 일시적으로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및 시설 운영비를 뺀 정유사들의 실질 이익을 나타내는 수치다. 정제 마진이 배럴당 1달러 높아지면 국내 정유업체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 오른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당분간 유가가 보합세를 보이면 2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낮은 유가로 에틸렌 윤활유 등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원화 약세에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산업의 쌀’ 에틸렌 시장 상황도 풀리고 있다.
유가는 연내 큰 변동을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달러 약세 기조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유가의 일시적 반등은 달러 약세에 따른 반작용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단기 유가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원유 판매단가(OSP)를 6월까지 ‘상승’ 이라고 발표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가 강세가 이어진다는 것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도 된다는 의미다. 6월2일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중동 산유국들은 감산에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악재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도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2분기에 1분기와 같은 실적을 거둔다면 정유사 연간 이익은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소폭의 등락을 염두에 두더라도 연간 실적이 높아지는 흐름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제마진 부담은 ‘글쎄’
그러나 2분기까지 실적이 높은 흐름을 지속한다 해도 정유업계 전반에 ‘호황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른 감이 적지 않다. 정제마진의 장기 추세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라는 거시환경의 재편이 일단락되면 기업들에 낮아진 정제마진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유사가 일시적으로 거둔 이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정제마진 약세가 장기적인 저(低)유가 기조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정제마진은 장기적으로 유가와 동행하는 지표다. 1996년 이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과 두바이유 가격의 상관관계는 0.66에 달했다. 일시적인 유가 반등만으로는 저마진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원유 수요 증가를 촉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유가→수요 증가→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저유가 호황’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의 미국발(發) 휘발유 수요 상승기조를 두고 이 같은 주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순환논증의 오류로, 역사적으로 저유가 기간 중 휘발유 수요가 좋아진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배럴당 평균 20달러의 저유가가 계속된 1985~2000년 세계 원유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은 1.9%로, 같은 시기 세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8%)을 한참 밑돌았다.
미국 휘발유 수요 중 재고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동차 대수 증가 등의 실질 수요 증가가 아닌 휘발유 재고 확보를 위한 수요가 늘고 있고, 추후 재고 비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유산업 펀더멘털이 아주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시적인 유가 상승에 따라 이익 규모가 커진 윤활유 사업부, 에틸렌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는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손지우 < SK증권 연구원 jwshon@sk.com >
유가 반등에 2분기도 상승세
정유업체 실적 호조는 유가 오름세에 기반하고 있다. 싼 원유를 사서 가공한 뒤 높아진 유가를 반영해 팔면 일시적으로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및 시설 운영비를 뺀 정유사들의 실질 이익을 나타내는 수치다. 정제 마진이 배럴당 1달러 높아지면 국내 정유업체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 오른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당분간 유가가 보합세를 보이면 2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낮은 유가로 에틸렌 윤활유 등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원화 약세에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산업의 쌀’ 에틸렌 시장 상황도 풀리고 있다.
유가는 연내 큰 변동을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달러 약세 기조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유가의 일시적 반등은 달러 약세에 따른 반작용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단기 유가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원유 판매단가(OSP)를 6월까지 ‘상승’ 이라고 발표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가 강세가 이어진다는 것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도 된다는 의미다. 6월2일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중동 산유국들은 감산에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악재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도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2분기에 1분기와 같은 실적을 거둔다면 정유사 연간 이익은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소폭의 등락을 염두에 두더라도 연간 실적이 높아지는 흐름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제마진 부담은 ‘글쎄’
그러나 2분기까지 실적이 높은 흐름을 지속한다 해도 정유업계 전반에 ‘호황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른 감이 적지 않다. 정제마진의 장기 추세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라는 거시환경의 재편이 일단락되면 기업들에 낮아진 정제마진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유사가 일시적으로 거둔 이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정제마진 약세가 장기적인 저(低)유가 기조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정제마진은 장기적으로 유가와 동행하는 지표다. 1996년 이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과 두바이유 가격의 상관관계는 0.66에 달했다. 일시적인 유가 반등만으로는 저마진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원유 수요 증가를 촉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유가→수요 증가→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저유가 호황’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의 미국발(發) 휘발유 수요 상승기조를 두고 이 같은 주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순환논증의 오류로, 역사적으로 저유가 기간 중 휘발유 수요가 좋아진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배럴당 평균 20달러의 저유가가 계속된 1985~2000년 세계 원유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은 1.9%로, 같은 시기 세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8%)을 한참 밑돌았다.
미국 휘발유 수요 중 재고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동차 대수 증가 등의 실질 수요 증가가 아닌 휘발유 재고 확보를 위한 수요가 늘고 있고, 추후 재고 비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유산업 펀더멘털이 아주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시적인 유가 상승에 따라 이익 규모가 커진 윤활유 사업부, 에틸렌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는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손지우 < SK증권 연구원 jwshon@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