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다음달 2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저에게 공연은 관객의 마음을 얻으려는 모험과 같습니다. 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객석에 앉아 있다고 상상합니다. 이런 사람도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무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놀라움과 재미를 주고요. 막이 내렸을 때 이들 모두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공연을 짭니다.”

"고전발레 확 비튼 '댄스컬'…깜짝 놀랄 걸요"
우아한 여성 백조 대신 근육질의 남성 백조를 등장시킨 ‘백조의 호수’로 잘 알려진 영국 안무가 매튜 본(56·사진)이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공연 철학이다. 1995년 초연한 ‘백조의 호수’는 창조적이고 파격적인 재해석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네 차례 공연돼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가 새 작품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22일부터 7월3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아시아 초연한다. 2012년 영국에서 초연돼 8주간 전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처럼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가 원작이다.

그는 “고전의 매력은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야기 방법만 달리하면 재미를 줄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잠의 저주에 걸린 공주를 깨울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요. 무대와 객석 사이의 소통 기반이 단단한 셈이죠. 원작을 존중하되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지점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작의 사랑 이야기를 각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로라 공주는 자신을 구하러 온 왕자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호기심 넘치는 말괄량이로 등장합니다. 공주는 어렸을 적 친구인 정원사 레오와 사랑하는 사이죠. 공주와 연인의 관계에 그럴듯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공주가 잠이 들자 레오는 뱀파이어가 된다. 100년 뒤 연인이 깨어날 때 그의 옆을 지키기 위해서다. 삼각관계도 넣었다. 저주를 건 마녀의 아들 카라독이 등장한다. “원작의 마녀를 대신해 선과 악의 갈등을 이어나갑니다. 오로라의 마음을 놓고 레오와 경쟁하죠. 극에 긴장감을 주고 이야기를 더하는 인물입니다.”

춤에도 이런 변화를 반영했다. 초반 요정들의 춤은 고전 발레 동작을 차용했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20세기 초 재즈무용이 나오고, 점차 다양한 현대무용 동작이 등장한다. 무용수들이 춤이나 마임 대신 직접적인 연기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가 자신의 공연을 발레나 현대무용이 아니라 ‘댄스컬(댄스 뮤지컬의 줄임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제게 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고전 발레 원작에는 이야기 흐름에는 별 관련이 없는 춤 장면이 종종 나오지만, 저는 극의 전체 줄거리에 무게를 두고 마치 영화 연출을 하는 기분으로 장면을 구성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백조의 호수’처럼 한국 관객에게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