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교두보…세계 물류 중심 될 가능성 충분
"흙수저라고 불평하기 보단 도전 변화하는 삶 살아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사진)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출범 20주년 기념 워크숍’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현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해양수산부 존립의 의의’를 주제로 해수부 공무원 300여명 앞에서 강연했다.
원양어선의 무급 실습항해사로 시작해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한 김 회장은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그룹 등을 일궈내 한국 수산업계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불린다. 1985년부터 해양개발기본법 추진 민간위원회 회장을 맡아 1987년 해양개발기본법 제정과 1996년 해양수산부 설립에 산파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 회장은 해수부 출범을 앞두고 동조자보다는 반대자가 많았던 당시 상황을 공무원들에게 생생히 들려줬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할 마당에 어떻게 부를 또 만드느냐고 반대가 극심했다”며 “정치권에서도 ‘섬나라’인 일본에도 없는 해수부를 반도국가인 한국이 만드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이 그토록 고대한 해수부는 출범 12년 만인 2008년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김 회장은 “해수부 폐지 후 곧바로 조선·해운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해수부 폐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스크린을 가득 채운 대형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지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교두보로 세계 물류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데 국민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 ‘흙수저 논란’에 대해선 진취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인생은 B(birth)에서 시작해 D(death)로 끝난다. 그러나 B와 D 사이에 C(choice)가 있어 인생의 묘미가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불평(complain) 충돌(crush)처럼 ‘부정적인 C’보다는 도전(challenge) 변화(change) 같은 ‘긍정적인 C’의 삶을 살자”고 했다. ‘인생 100세 시대’에 회계와 부기 등의 지식이 공직생활뿐 아니라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해수부 공무원들의 어깨에 해양선진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격려했고,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해수부가 시대 변화를 선도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춰 해양강국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