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한국 벤처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탈(脫)석유’를 선언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사우디의 최근 행보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아람코는 18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아람코 벤처투자포럼’을 개최한다. 아람코가 한국에서 벤처 투자와 관련된 행사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공개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 벤처기업·투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참석한다. 국내 다른 기관이나 단체 차원의 참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에서는 20여개 국내 벤처기업이 아람코를 상대로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이들 중엔 온수탱크 없이 물을 가열하는 순간온수기로 지난해 창조경제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라온닉스, 국내 최초로 수소액화 기술을 개발한 하이리움산업 등 에너지 분야 유망 벤처기업도 포함돼 있다.

아람코 측은 “석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등 아람코가 하고 있는 사업은 물론 새로 추진할 사업과 관련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아람코가 한국에서 벤처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은 최근 석유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우디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사우디의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부왕세자(사진)는 지난달 25일 ‘석유중독 80년’을 반성하고 석유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하는 내용의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사우디는 아람코 지분 5%(약 2조달러)를 민간에 매각하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아람코 상장으로 마련된 막대한 재원을 각종 신산업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정유회사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아람코는 울산공장 증설 등에 5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