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이미 도크(선박 건조시설) 일부를 잠정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역시 도크 일부 폐쇄를 비롯한 설비감축 방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속내는 제각기 다르다. 대우조선은 정성립 사장의 제안처럼 3개 조선사가 함께 30%씩 설비를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대우조선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얘기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지원을 세 번이나 받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와 그렇지 않은 정상기업의 구조조정 강도가 같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당연히 생산설비를 줄이겠지만, 대우조선과는 그 규모와 방식에서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발주사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저가 수주 관행이 시작됐고, 결국 조선산업 위기로 이어졌다”며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대우조선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끊임없이 대우조선을 지원해 과당경쟁이 시작됐다”며 “정부가 책임을 지고 대우조선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도 ‘빅3’가 제각각이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우리는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과 달리 조선해양사업 비중이 50% 이하”라며 “조선산업이 위기에 빠졌다고 현대중공업 전체가 어렵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정부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라고 제안할까봐 걱정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 조선소가 모두 경남 거제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후보 1순위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은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조선업계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약 85% 감소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사들이 보유한 일감은 이미 2년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