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상임위원장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나눠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법사위원장이 국회의장과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주요한 자리라는 의미다. 법안 처리의 길목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은 상원 위원장”

법사위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모든 법안을 심사한다. 또 법무부 등 소관기관의 법안과 예산·결산 등을 심사하는 상임위 본래 업무를 수행한다.

논란이 되는 것은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 심사의 범위와 권한이다. 국회법 86조는 ‘상임위에서 법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는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字句)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과의 충돌 여부 등 법리적인 검토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사위는 법안 내용을 심사하거나 수정하기도 해 월권(越權)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일정과 법안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법사위원장이 거부하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사위원장 개인의 소신이나 소속 정당의 방침에 따라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처리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예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법사위는 상원(上院), 법사위원장은 상원 의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법사위 역할 제한 법안 제출

법사위 월권 논란은 19대 국회에 들어와서만도 여러 건이 있다. 지난해 3월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침해’를 이유로 처리하지 않고 법사위 내 2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또 법사위 소위에서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 내용 중 실시간 영상 확인이 가능한 네트워크TV 설치 조항을 삭제해 논란이 됐다. 해당 법안을 심사해 법사위로 넘긴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법사위가 명백한 월권행위를 했다고 반발했다. 두 법안은 논란 끝에 추후 국회를 통과했다.

2014년도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 때문이었다. 박 위원장은 “경제력 집중을 가져올 재벌 특혜법”이라며 외국인투자촉진법의 법사위 처리를 막았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의 쟁점법안 일괄 타결 합의가 어그러졌고, 새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다. 결국 야당이 주장한 상설특검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법사위 역할을 두고 논란이 일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모든 법안을 해당 상임위에서 내용과 체계·자구 심사까지 완결해 본회의에 직접 상정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가 해당 국무위원을 출석시킨 가운데 재심사를 하는 것은 해당 상임위의 권한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