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10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 중 지난해 말과 같은 순위를 유지한 종목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9위를 지킨 삼성생명뿐이다. 8위였던 SK하이닉스는 11위, 10위였던 LG화학은 13위로 내려앉으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11위였던 네이버가 7위, 12위였던 기아자동차가 10위로 치고 올라왔다.

순위를 가른 것은 올 1분기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56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64.6% 줄었다. LG화학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45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정보전자소재, 전지부문 적자로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다.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후 LG화학 주가(10일 종가 기준)는 12.42% 하락했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지난해 9월 시가총액 3위까지 넘봤던 삼성물산 주가는 최근 1년 내 최저가를 전전하며 시가총액 순위도 6위로 밀려났다. 삼성물산은 올 1분기 43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0위권에 진입한 네이버와 기아자동차는 올 1분기에 나란히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기록한 종목이다. 네이버의 영업이익(2568억원)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18%, 기아차(6336억원)는 19% 웃돌았다.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3378억원)을 낸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시가총액 6위에서 올해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시가총액 증가 규모는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넘버2’로 부상한 한국전력이 가장 컸다. 실적 호조에 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시가총액(39조6734억원)은 지난해 말 대비 23.6% 불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올해도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낮아져 전년 대비 16.7% 늘어난 13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