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한식당 라연이 지난해 10월 광산 김씨 종부·종손과 함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운잡방’
호텔신라 한식당 라연이 지난해 10월 광산 김씨 종부·종손과 함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운잡방’
‘음식의 독창성’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가장 중시하는 평가 항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일반적인 요리보다는 그 도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요리가 선호된다는 것이다. 올해 초 ‘미슐랭 가이드 2016 서울편’ 발간이 확정됐을 때 국내 외식 전문가들의 시선은 한식당에 쏠렸다. 한식의 전통적인 부분을 살리면서도 해외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한식당이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프리미엄 한식을 표방하는 호텔 한식당들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정통 한식의 현대적 재해석에 골몰하고 있다.

라연 ‘한우등심구이’
라연 ‘한우등심구이’
호텔신라의 한식당 라연은 유력한 미슐랭 가이드 후보로 거론된다. 2013년 8월 호텔신라 리뉴얼과 함께 문을 연 라연은 ‘예(禮)와 격(格)을 갖춰 차려낸 최고의 한식 정찬’을 콘셉트로 전통의 맛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우양지를 사용해 맑고 깊은 맛을 낸 육수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은 신선로, 여덟 가지 제철 식재료와 밀전병을 곁들인 구절판, 45일 동안 건조 숙성(드라이에이징)한 한우구이, 한국식 디저트 ‘홍삼빙설’ 등이 대표 메뉴다.

[호텔의 향기] 셰프와 만난  500년 종가의 맛…한식의 '별따기 작전' 시작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산 김씨 종부·종손과 호텔셰프가 힘을 합쳐 수운잡방 메뉴를 재현했다. 수운잡방은 조선 중종 무렵 김유가 쓴 책으로, 500년 전 경북 안동 사림계층의 식생활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다. 은어나 숭어에 대하와 삼색 녹두묵이 어우러진 고급 반가음식 삼색어아탕 등 국내 최고(最古)의 한식 조리서로 꼽히는 ‘수운잡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식당 분위기도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호텔의 향기] 셰프와 만난  500년 종가의 맛…한식의 '별따기 작전' 시작됐다
전통 문양인 솟을무늬 창을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그릇은 전통 백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조형미로 재해석한 라기환 작가와 이기조 작가의 작품을 사용한다. 목기는 손대현 작가의 작품을 쓴다.

[호텔의 향기] 셰프와 만난  500년 종가의 맛…한식의 '별따기 작전' 시작됐다
라연은 올해 초 호텔 한식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영국의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가 발표하는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W50B)’의 아시아판 행사로, 해외에서는 미슐랭 가이드와 함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중국 베스트 초이스 인피니트 레스토랑 갈라 어워즈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한국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온달’은 ‘명품 김치’를 앞세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온달의 ‘수펙스 명품 김치’는 호텔 김치 최초로 식품안전관리체계 ‘HACCP’ 인증을 받았다. 온달은 1989년 호텔업계 최초로 호텔 내에 김치 연구실을 개설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김치 맛과 영양을 연구하고 있다. 갓김치, 나박물김치, 백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 열무물김치, 총각무김치, 파김치, 오이소박이, 깍두기 등 약 10종이 있다.

임금님의 점심 상차림을 뜻하는 ‘온달 낮것상’이 대표 메뉴다. 김치 등 기본찬 5종, 특선냉채, 조리장 특선죽, 삼색전유화, 도가니만두찜, 활전복 돌구이, 매실 남도 떡갈비와 구운야채, 골동반 또는 된장조치, 전통한과와 차가 차례로 제공된다. 가격은 1인 기준 8만원. 남북정상회담, 주요20개국(G20) 배우자 오찬,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만찬 등에서 호평을 받았던 음식으로 구성한 ‘정상의 만찬’도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불고기 파니니’
파크 하얏트 서울의 ‘불고기 파니니’
파크 하얏트 서울은 좀더 가벼운 한식을 추구한다. 지난해 9월부터 세련되고 창의적이면서도 내외국인 모두 먹기 편한 한식을 표방하는 ‘강남 컴포트 퀴진’을 24층 더 라운지에서 선보이고 있다. 마시밀리아노 지아노 셰프와 백영민 셰프가 전통 한식의 기본 틀을 지키면서 김치나 된장의 독특한 발효향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들까지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식 떡갈비 버거와 불고기 파니니 등 간편한 메뉴부터 더덕불고기, 돌솥비빔밥, 삼계구이 같은 단품메뉴와 아뮤즈부슈, 전채, 메인요리, 식사, 후식으로 구성된 5코스 만찬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