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산업 손 놓은 정부] 펫산업 2조로 커졌는데…애견카페 동물호텔 불법시설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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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동물보험 활성화 공약…야당, 동물유치원 법제화 추진
실질적 논의 없이 지지부진
동물병원 비용은 '고무줄'
"개 엑스레이 진료가 14만원…비싸다 항의에 6만원 깎아줘"
"동물카페·호텔 비싸고 부실"…사료·간식시장은 외국산 점령
실질적 논의 없이 지지부진
동물병원 비용은 '고무줄'
"개 엑스레이 진료가 14만원…비싸다 항의에 6만원 깎아줘"
"동물카페·호텔 비싸고 부실"…사료·간식시장은 외국산 점령
경기 광명에 사는 ‘펫팸(pet+family)족’ 김모씨(42)는 12살 몰티즈 ‘콩이’를 키우고 있다. 콩이를 위한 지출액은 월 평균 4만원 수준. 외국산 유기농 사료(1만8000원)와 치킨 고구마 간식(1만5000원) 등 대부분 식비에 쓰고 있다. 나머지는 3개월에 한 번씩 들르는 애견 미용실비 3만원이 전부다. 그는 “애견호텔과 유치원, 카페 등이 있지만 한두 번 이용하는 데 그쳤다”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데다 서비스의 질도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펫산업은 펫팸족 지출 규모(1조1656억원)의 두 배 수준인 2조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3%로, 73조원 규모인 미국(0.3%)이나 16조원 규모의 일본(0.3%) 등 선진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기대되지만 막상 지갑을 여는 펫팸족은 많지 않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감안하면 펫팸족(457만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2만1250원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용품 구입비와 서비스 지출액을 토대로 환산한 금액이다. 미국 펫팸족은 가구당 월 137달러(약 15만8000원)를 쓴다. ◆펫팸족 서비스 양극화
동물호텔 비용은 1박에 2만원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최고급 시설은 반려동물에 스파시설과 하루 종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가격이 싸면 질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좋으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펫팸족의 불만이다. 인천에서 네 살짜리 스피츠를 키우는 나모씨(30)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애견카페가 운영하는 2만원짜리 호텔(1박)에 맡겨봤지만 좁은 우리에 온종일 갇혀 있다 보니 병을 얻어왔다”며 “서비스가 좋은 호텔을 보내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워 이용을 안 하게 된다”고 했다.
박모씨(31)는 지난해 초 대기업을 그만두고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인 펫시터(petsitter) 중개 사업에 나섰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펫시터 사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중개 건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여서 다른 돈벌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
펫팸족은 ‘돌발 비용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동물 병원비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달 강원 춘천에서 열린 강원펫페스티벌에서 “개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가 70만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씨(33)는 “4개월된 개가 아파 서울 반포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등이 포함된 진료를 받았는데 14만원을 청구하기에 항의했더니 8만원으로 깎아줬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도입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보장범위가 질병 상해에 국한된 데다 보험이 적용되는 동물병원도 적어 가입률이 0.01%에 불과하다. 외국에선 병원비는 물론 도난 및 실종, 돌봄 비용 등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일본에선 반려동물 5% 이상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민간 동물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비스 법적 근거 없어
카페뿐 아니라 동물호텔, 동물유치원 등 새로운 업태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말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동원해 174개 애견카페를 단속했다. 동물이 출입하는 시설에서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파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부산의 한 애견카페 주인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유리막을 설치하는 방식 등으로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간을 완전 분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애견카페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반 식당에 적용하는 기준을 획일적으로 들이대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명가수 이승철 씨가 개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동물유치원도 법적 근거가 없긴 마찬가지다. 동물유치원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듯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유치원 등을 법에 규정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펫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간식시장은 로얄캐닌과 내추럴발란스, 카길 등 외국계에 뺏기고 있다. 이마트에선 외국산 사료의 점유율이 2010년 49%에서 지난해 73%까지 높아졌다. 반려동물포털 노트펫의 김진석 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여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펫 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문화와 제도가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지난해 펫산업은 펫팸족 지출 규모(1조1656억원)의 두 배 수준인 2조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3%로, 73조원 규모인 미국(0.3%)이나 16조원 규모의 일본(0.3%) 등 선진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기대되지만 막상 지갑을 여는 펫팸족은 많지 않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감안하면 펫팸족(457만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2만1250원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용품 구입비와 서비스 지출액을 토대로 환산한 금액이다. 미국 펫팸족은 가구당 월 137달러(약 15만8000원)를 쓴다. ◆펫팸족 서비스 양극화
동물호텔 비용은 1박에 2만원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최고급 시설은 반려동물에 스파시설과 하루 종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가격이 싸면 질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좋으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펫팸족의 불만이다. 인천에서 네 살짜리 스피츠를 키우는 나모씨(30)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애견카페가 운영하는 2만원짜리 호텔(1박)에 맡겨봤지만 좁은 우리에 온종일 갇혀 있다 보니 병을 얻어왔다”며 “서비스가 좋은 호텔을 보내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워 이용을 안 하게 된다”고 했다.
박모씨(31)는 지난해 초 대기업을 그만두고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인 펫시터(petsitter) 중개 사업에 나섰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펫시터 사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중개 건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여서 다른 돈벌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
펫팸족은 ‘돌발 비용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동물 병원비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달 강원 춘천에서 열린 강원펫페스티벌에서 “개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가 70만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씨(33)는 “4개월된 개가 아파 서울 반포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등이 포함된 진료를 받았는데 14만원을 청구하기에 항의했더니 8만원으로 깎아줬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도입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보장범위가 질병 상해에 국한된 데다 보험이 적용되는 동물병원도 적어 가입률이 0.01%에 불과하다. 외국에선 병원비는 물론 도난 및 실종, 돌봄 비용 등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일본에선 반려동물 5% 이상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민간 동물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비스 법적 근거 없어
카페뿐 아니라 동물호텔, 동물유치원 등 새로운 업태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말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동원해 174개 애견카페를 단속했다. 동물이 출입하는 시설에서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파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부산의 한 애견카페 주인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유리막을 설치하는 방식 등으로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간을 완전 분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애견카페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반 식당에 적용하는 기준을 획일적으로 들이대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명가수 이승철 씨가 개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동물유치원도 법적 근거가 없긴 마찬가지다. 동물유치원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듯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유치원 등을 법에 규정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펫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간식시장은 로얄캐닌과 내추럴발란스, 카길 등 외국계에 뺏기고 있다. 이마트에선 외국산 사료의 점유율이 2010년 49%에서 지난해 73%까지 높아졌다. 반려동물포털 노트펫의 김진석 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여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펫 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문화와 제도가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