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세계 헤지펀드 1인자 "나의 성공비결은 실패에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 회장(사진)은 “지금까지 내가 내린 투자 결정의 3분의 1은 틀렸다”며 자신을 ‘실패 전문가’라고 말했다.

그는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조직혁신의 대가인 로버트 키건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성공 비결은 실패에 있다”고 소개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달리오 회장은 역설적인 주장의 근거로 “실수할 때마다 내가 내린 결정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를 기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수를 기록하면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달리오 회장은 자신이 내린 최대의 투자 착오는 1982년을 주식시장의 저점으로 본 것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멕시코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는 남미 국가들의 부채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틀린 것으로 판명나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

달리오 회장은 같은 이유로 “브리지워터의 성공은 맹목적인 믿음에 반대하고, 구성원의 독립적 사고를 보장하는 기업문화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이 성공하려면 누군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그 역시 틀릴 개연성이 커 사실에 입각한 투명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975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를 창업했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말 운용자산이 156억달러, 직원은 총 1500명에 달했다.

달리오 회장은 “가장 좋은 배움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나온다”며 “구성원 각자가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사는 구성원의 솔직한 비판을 불편하게 하는 정서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미국 밀컨연구소가 1998년부터 매년 4월 말~5월 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여는 투자자 포럼이다.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린다. 밀컨연구소는 1980년대 ‘정크본드의 제왕’으로 군림한 마이클 밀컨(70)이 설립했다. 밀컨은 당시 고위험·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시장을 개척했지만 이후 주가 조작과 내부자거래 혐의로 2년간 복역한 뒤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