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sklee@samsung.com >
2015년 교육업계의 실적 상승을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학령인구 감소세 완화다. 2000년 63만5000명을 기록한 신생아 수는 2006년 44만8000명까지 29.4% 감소했고, 이는 곧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초등학교 입학생 수 감소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영유아가 고객인 학습지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14년부터 5~6년간은 5~9세 인구 감소세가 0% 수준으로 진정되는 추세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쌍춘년과 황금돼지해를 맞아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상승한 결과다.
학원 대비 가격이 저렴해 경기방어적인 성격을 띠는 학습지의 특성상 상품 가격을 크게 인상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판매량(회원 수 또는 과목 수)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아이들이 많아져 수강 과목 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두 업체의 매출이 더 이상 감소하지 않는 국면에 이를 수 있었다. 5년 이상 감소해 온 학습지 업체들의 운영 과목 수가 2016년 1분기에 무려 23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체 학습지 업계에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매출의 소폭 증가만으로 큰 이익 성장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그간 외형 축소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학습지 업체들은 사업 구조를 재편해 왔으며 그 효과는 지금 매출 증가세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교원그룹은 비상장사임에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업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대표적인 교육기업이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구몬학습, 빨간펜 등 교원그룹의 회원 수는 학령인구 감소와 나쁜 업황 속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844만명에서 작년에는 1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교원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1조831억원으로 대표적 교육기업인 교원, 대교, 웅진씽크빅 3사 중 실적 규모가 가장 컸다.
업무효율화도 대표적인 추세다. 대교 등 일부 업체는 그간 1 대 1로 방문하던 기존 학습지의 틀을 깨고 러닝센터(Learning Center)를 세우기도 했다. 학원처럼 아이들이 러닝센터로 방문해 PC로 온라인 학습과 교사 지도를 받는 형식이다. 2008년 러닝센터를 개설할 때는 맞벌이 증가 혹은 프라이버시 강화로 교사들의 방문을 꺼리는 경우에 적합한 구조로 판단됐으나, 지금은 러닝센터가 530여개까지 증가해 전체 눈높이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교사들이 각 가정을 찾아다니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없애니 한꺼번에 많은 학생을 지도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아졌다.
웅진씽크빅은 국내 디지털 교육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학습지 사업을 완전히 디지털로 개편했다. ‘북클럽’이라는 약정 멤버십 시스템을 도입, 태블릿 PC로 학습을 하게 했다. 각종 애니메이션과 퀴즈, 게임, 그리고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기존 종이 학습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아이들에게 선사했다. 2015년 10월 통합 제품인 ‘북클럽 스터디’ 출시 이후에는 북클럽 신규 가입 회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2016년에도 회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북클럽 스터디’가 출시된 2015년 4분기와 2016년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5%, 263.1%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이렇듯 학습지 업체들은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구간에서도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끊임없이 미래를 소구했으며, 지금 학령인구 감소세가 완화되자 보다 큰 레버리지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습지 시장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요즘이다. rachel.
이상경 <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sklee@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