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모딜리아니 '붉은 숄을 두른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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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탈리아 출신으로 파리 몽파르나스의 전설이 된 모딜리아니(1884~1920)는 삶의 고뇌와 예술적 번민에 찌든 채 3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무엇보다 상식을 파괴한 독특한 인물 표현방식은 그를 신비에 가득 찬 예술가이자 요절한 천재 화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917년 몽파르나스 카페에서 이뤄진 10대 소녀 잔 에뷔테른과의 격정적 사랑은 1920년 결핵에 의한 뇌막염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열네 살 연하 젊은 여인과의 열정적인 사랑은 당연히 작품 소재가 됐고, 죽기 전 3년 동안 그녀의 초상화만 16점을 그렸다.
요절하기 2년 전인 1918년에 그린 이 그림은 16점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힌다. 사슴처럼 긴 목과 기다란 얼굴, 신비한 표정 속에 사랑과 삶의 온갖 사연을 담아냈다. 어깨에 두른 붉은색 숄(정열적 사랑)은 푸른색 계열의 치마(고된 삶)와 깊은 대조를 이룬다.
또 아몬드 모양의 눈과 갸우뚱하게 돌린 긴 얼굴을 아프리카 전통 가면처럼 묘사해 원초적인 사랑의 순수함을 은유했다. 아마 관람객이 이 그림에서 어떤 부드러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느낌은 침울한 분위기 안에 잠재돼 있는 사랑의 ‘붉은 씨앗’ 같은 것일 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917년 몽파르나스 카페에서 이뤄진 10대 소녀 잔 에뷔테른과의 격정적 사랑은 1920년 결핵에 의한 뇌막염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열네 살 연하 젊은 여인과의 열정적인 사랑은 당연히 작품 소재가 됐고, 죽기 전 3년 동안 그녀의 초상화만 16점을 그렸다.
요절하기 2년 전인 1918년에 그린 이 그림은 16점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힌다. 사슴처럼 긴 목과 기다란 얼굴, 신비한 표정 속에 사랑과 삶의 온갖 사연을 담아냈다. 어깨에 두른 붉은색 숄(정열적 사랑)은 푸른색 계열의 치마(고된 삶)와 깊은 대조를 이룬다.
또 아몬드 모양의 눈과 갸우뚱하게 돌린 긴 얼굴을 아프리카 전통 가면처럼 묘사해 원초적인 사랑의 순수함을 은유했다. 아마 관람객이 이 그림에서 어떤 부드러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느낌은 침울한 분위기 안에 잠재돼 있는 사랑의 ‘붉은 씨앗’ 같은 것일 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