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쌍검대무’
신윤복의 ‘쌍검대무’
조선시대 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 30점을 묶은 화첩 ‘혜원전신첩’은 조선 회화로는 드물게 국보(제135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미술품 애호가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본인 소장가로부터 사들인 이 화첩에는 조선 후기 사람들의 호사스러운 유흥 소비 문화와 사회·경제적 변화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혜원전신첩’에 수록된 풍속화를 비롯해 안경의 제자 석경, 탄은 이정,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현재 심사성, 공재 윤두서, 긍재 김득신, 춘곡 고희동 등 조선시대 화가 33명의 명작 8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우리 문화유산의 ‘보물 창고’로 불리는 간송미술관이 오는 8월2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펼치는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이다. 중국풍의 인물화뿐만 아니라 진경시대 풍속화까지 조선시대 회화 양식의 발전 과정을 한자리에서 볼 기회다.

대표작으로는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를 꼽을 수 있다. 중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린 이 작품은 조선 미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풍류계 여인의 자태를 요염하게 그렸으며 치마 밑으로 살짝 드러난 버선발과 옷고름 옆으로 흘러내린 두 가닥의 허리끈이 압권이다.

‘혜원전신첩’에 실린 작품도 15점이나 걸렸다. ‘단오풍정’은 단오날 그네놀이를 나온 여인들이 시냇가에서 몸을 씻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바위틈에 숨어 속살을 훤히 드러낸 여인들을 훔쳐보는 두 동자승의 표정이 생동감 넘친다. ‘쌍검대무(雙劍對舞·서로 마주보고 칼춤을 추다)’ ‘연소답청(年少踏靑·젊은이들의 봄나들이)’ ‘상춘야흥(賞春野興·봄을 만끽하는 야유회)’ ‘주사거배(酒肆擧盃·술잔을 들고 건배)’ 등에서는 조선시대 진경풍속화의 대미를 장식한 혜원의 거침없는 풍류미학을 엿볼 수 있다.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의 득의작 ‘마상청앵(馬上聽鶯)’도 관람객을 반긴다.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라는 제목처럼 꾀꼬리의 화답 장면과 선비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버드나무를 간결하게 처리했다. 화면 대부분을 하늘로 비워 둬 여백의 미를 살렸다.

바위에 걸터앉아 달에 말을 건네는 노인의 제스처를 차지게 묘사한 이정의 ‘문월도(問月圖)’,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문기(文氣)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각적으로 중국화풍을 모방한 장승업의 ‘송하녹선(松下鹿仙·소나무 아래 사슴신선)’, 조선시대 마지막 화원인 조석진의 ‘달마도해(達磨渡海·바다를 건너는 달마)’ 등도 색다른 감흥을 준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조선시대 풍속화풍은 정선이 창안해 조영석이 기틀을 확립했다”며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 등 화원 화가들이 조선 최고의 화격(畵格)으로 완성시켰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삼성 SUHD TV 영상존’을 마련하고 신윤복의 ‘미인도’와 ‘단오풍정’, 김득신의 ‘야묘도추’, 김홍도의 ‘마상청앵’ 등 조선 후기 최고 풍속인물화로 선정된 10점을 4K(초고화질) UHD 영상으로 보여준다.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의 디테일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