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5거래일째 2020선을 오르내리며 숨을 고르고 있다. 2000선을 넘어선 이후 강한 저항선에 부딪히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들의 교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격히 올랐던 종목들은 차익실현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가고 가격 매력이 높은 저평가주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은행·한국전력·현대백화점·대림산업…'3색 매력' 갖춘 미인주
◆옥석 가리기 들어선 장세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54포인트(0.28%) 내린 2005.83에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 반등 등의 영향으로 장 초반 2023.77을 기록하며 전날 세운 연고점을 경신했지만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0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546억원, 453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지수도 1.82포인트(0.26%) 하락한 699.86으로 마감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수준에 돌입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영업이익 개선폭이 큰 업종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상승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PBR 전망치가 1배 이하로 낮은 종목 중에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최근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30위에 오른 종목은 우리은행 한국전력 현대백화점 대림산업 LG전자 (주)LG 등으로 나타났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회사가 가진 순자산가치에 비해 높게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어떤 종목 유망하나

우리은행은 PBR이 0.34배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증권가는 우리은행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보다 40.35% 늘어난 41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526억원어치를 쓸어 담아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순익이 증권가 추정치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라며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자산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 달간 1125억원어치를 사들인 한국전력도 PBR이 0.5배에 불과한 저평가주다. 한국전력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조34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유가 하락에 힘입어 발전비용이 크게 감소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인 5052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냈다고 발표한 LG전자도 PBR 0.89배로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지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 6위(1038억원)에 올랐다.

1분기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는 대림산업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PBR이 0.74배와 0.84배로 저평가돼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작년 출점한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 판교점에 이어 올해 문을 연 동대문 도심형 아울렛 등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점포들은 비용 구조를 최대한 줄였기 때문에 수익성 기여도 좋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