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조성진 LG전자 사장, 야전침대 놓고 밤샘 마다않는 '가전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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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대표이사 사장)
냉장고·세탁기 신제품 나올 때마다 부품 분해
LG서만 40년 한우물
남들 대학 다닐 때 현장 공부…"기술 원리 제대로 터득해야"
1등의 답은 사람에 있다
"일하고 싶은 조직 만들자"…7시30분 퇴근 '무 야근 회사'로
근성의 화신
실패 감수하고 국산 기술 개발…경영진 설득하려 1주일 무단결근
냉장고·세탁기 신제품 나올 때마다 부품 분해
LG서만 40년 한우물
남들 대학 다닐 때 현장 공부…"기술 원리 제대로 터득해야"
1등의 답은 사람에 있다
"일하고 싶은 조직 만들자"…7시30분 퇴근 '무 야근 회사'로
근성의 화신
실패 감수하고 국산 기술 개발…경영진 설득하려 1주일 무단결근
2013년 초 경남 창원의 LG전자 공장이 발칵 뒤집혔다. 회의를 소집한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 신임 사업본부장(사장)이 직원들 앞에서 새 냉장고 한 대를 분해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분해하면서 부품마다 왜 이런 모양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꼼꼼히 물었다. 영문을 몰라 하는 직원들에게 그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세탁기에 빠져 살았는데 이제 냉장고도 맡았으니 제대로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전문가가 돼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거 아닙니까.”
신제품 분해하는 CEO
조 사장의 경영 철학은 ‘직접 부딪쳐 봐야 한다’다. 그는 신제품이 나올 때면 항상 완전 분해를 해 본다. 제품이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1976년 금성사(현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후 35년간 세탁기만 연구하며 찾은 그만의 노하우다.
담당 영역이 냉장고, 에어컨으로 확대됐을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제품 분해였다. 부품 하나하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그다음 신기술을 연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조 사장의 별명이 괜히 ‘기술 장인’인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기술자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그가 처음부터 세탁기 장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도자기를 만들어 온 가업을 이으라는 부모님 몰래 야반도주하다시피 서울로 올라와 용산공고를 다녔다. 전자 제품을 만지는 게 좋았다.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더 좋은 제품을 내놓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줄 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싶었다.
현장 공부의 달인
조 사장은 공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4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선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고졸 신화’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조 사장은 고졸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남들 대학에 다닐 때 나는 악착같이 현장을 공부했다”고 조 사장은 말한다. 조 사장은 1995년 세탁기설계실에서 일하게 됐을 때 창원공장 2층에 침대와 주방시설을 마련해놓고 밤샘작업을 했다. “한 터럭의 기술이라도 귀동냥하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그는 회상했다. 기술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새로운 독자 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원들은 조 사장의 강점으로 근성을 첫손에 꼽는다. 한 번 꽂히면 끝을 보고야 마는 ‘근성의 화신’으로 통한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엔 세탁기 기술이 없어 일본에 의존해야 했다. 사실상 일본산 세탁기를 단순 조립하는 상황이었다. 조 사장은 국산 기술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세탁기설계실에서 일하면서 그가 가장 집중한 일은 국산 기술 개발 추진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경영진은 ‘투자 대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류했다. 그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1주일간 무단결근을 했다. 이른바 ‘옷 벗을 각오’까지 한 결정이었다. “국산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LG전자는 1998년 ‘다이렉트 드라이브’라는 독자 기술을 개발, 세탁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LG전자의 세탁기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2005~2007년엔 세탁기 사업에서만 총 60억달러(약 6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달성했다. 세탁기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탄산업훈장도 받았다. 회사의 인정은 저절로 따라왔다. 상무가 된 지 2년 만인 2006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업계에서 고속 승진으로 주목받았다.
1등을 하려면 달라야 한다
조 사장은 1등에 대한 집념이 강한 편이다. 현재 1등을 하고 있는 제품은 격차를 더 벌리고, 아직 1등을 하지 못한 제품은 이른 시일 내 1등을 하는 게 목표다. 그가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1등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지난해엔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위아래로 결합한 신개념 세탁기 ‘트윈워시’를 내놔 실적을 끌어올렸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집집마다 냉장고, 세탁기가 종류별로 한 대씩 있는 시대에선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올해 초(超)프리미엄 전용 브랜드 ‘LG 시그니처’ 제품을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 사장은 세탁기 1등 DNA를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다른 생활가전에 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위 5%를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그의 1등 전략에는 조직문화 혁신도 들어 있다. 직원들의 열정 없이는 1등이 불가능하다는 지론이다. 조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세계 1등의 답은 사람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조직문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LG전자가 최근 ‘야근 없는 회사’로 바뀌고 있는 것도 조 사장의 ‘730 특명’ 때문이다. 조 사장은 올 들어 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730 업무지침’을 내렸다. 모든 업무는 저녁 7시30분을 기점으로 종료하고 야근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잔업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처리했다.
‘제시간에 못 끝내면 야근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할 때와 ‘반드시 오늘 해야 한다’며 일할 때의 결과는 분명 다르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조 사장의 취미는 색소폰이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색소폰 동호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과 합심해 LG전자의 생활가전 브랜드를 세계 1등으로 키우는 게 조 사장의 꿈이다.
■ 조성진 사장 프로필
△1956년 충남 대천 출생 △1975년 서울 용산공업고 졸업 △1976년 금성사(현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1995년 LG전자 세탁기설계실 △2001년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 △2005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상무) △2006년 부산대 경영대학원 수료 △2007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2013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사장) △2014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사업본부장(사장) △2015년 LG전자 H&A사업본부장 대표이사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신제품 분해하는 CEO
조 사장의 경영 철학은 ‘직접 부딪쳐 봐야 한다’다. 그는 신제품이 나올 때면 항상 완전 분해를 해 본다. 제품이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1976년 금성사(현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후 35년간 세탁기만 연구하며 찾은 그만의 노하우다.
담당 영역이 냉장고, 에어컨으로 확대됐을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제품 분해였다. 부품 하나하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그다음 신기술을 연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조 사장의 별명이 괜히 ‘기술 장인’인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기술자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그가 처음부터 세탁기 장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도자기를 만들어 온 가업을 이으라는 부모님 몰래 야반도주하다시피 서울로 올라와 용산공고를 다녔다. 전자 제품을 만지는 게 좋았다.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더 좋은 제품을 내놓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줄 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싶었다.
현장 공부의 달인
조 사장은 공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4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선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고졸 신화’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조 사장은 고졸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남들 대학에 다닐 때 나는 악착같이 현장을 공부했다”고 조 사장은 말한다. 조 사장은 1995년 세탁기설계실에서 일하게 됐을 때 창원공장 2층에 침대와 주방시설을 마련해놓고 밤샘작업을 했다. “한 터럭의 기술이라도 귀동냥하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그는 회상했다. 기술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새로운 독자 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원들은 조 사장의 강점으로 근성을 첫손에 꼽는다. 한 번 꽂히면 끝을 보고야 마는 ‘근성의 화신’으로 통한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엔 세탁기 기술이 없어 일본에 의존해야 했다. 사실상 일본산 세탁기를 단순 조립하는 상황이었다. 조 사장은 국산 기술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세탁기설계실에서 일하면서 그가 가장 집중한 일은 국산 기술 개발 추진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경영진은 ‘투자 대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류했다. 그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1주일간 무단결근을 했다. 이른바 ‘옷 벗을 각오’까지 한 결정이었다. “국산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LG전자는 1998년 ‘다이렉트 드라이브’라는 독자 기술을 개발, 세탁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LG전자의 세탁기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2005~2007년엔 세탁기 사업에서만 총 60억달러(약 6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달성했다. 세탁기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탄산업훈장도 받았다. 회사의 인정은 저절로 따라왔다. 상무가 된 지 2년 만인 2006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업계에서 고속 승진으로 주목받았다.
1등을 하려면 달라야 한다
조 사장은 1등에 대한 집념이 강한 편이다. 현재 1등을 하고 있는 제품은 격차를 더 벌리고, 아직 1등을 하지 못한 제품은 이른 시일 내 1등을 하는 게 목표다. 그가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1등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지난해엔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위아래로 결합한 신개념 세탁기 ‘트윈워시’를 내놔 실적을 끌어올렸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집집마다 냉장고, 세탁기가 종류별로 한 대씩 있는 시대에선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올해 초(超)프리미엄 전용 브랜드 ‘LG 시그니처’ 제품을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 사장은 세탁기 1등 DNA를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다른 생활가전에 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위 5%를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그의 1등 전략에는 조직문화 혁신도 들어 있다. 직원들의 열정 없이는 1등이 불가능하다는 지론이다. 조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세계 1등의 답은 사람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조직문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LG전자가 최근 ‘야근 없는 회사’로 바뀌고 있는 것도 조 사장의 ‘730 특명’ 때문이다. 조 사장은 올 들어 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730 업무지침’을 내렸다. 모든 업무는 저녁 7시30분을 기점으로 종료하고 야근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잔업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처리했다.
‘제시간에 못 끝내면 야근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할 때와 ‘반드시 오늘 해야 한다’며 일할 때의 결과는 분명 다르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조 사장의 취미는 색소폰이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색소폰 동호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과 합심해 LG전자의 생활가전 브랜드를 세계 1등으로 키우는 게 조 사장의 꿈이다.
■ 조성진 사장 프로필
△1956년 충남 대천 출생 △1975년 서울 용산공업고 졸업 △1976년 금성사(현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1995년 LG전자 세탁기설계실 △2001년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 △2005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상무) △2006년 부산대 경영대학원 수료 △2007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2013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사장) △2014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사업본부장(사장) △2015년 LG전자 H&A사업본부장 대표이사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