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예산을 운용하는 금고 선정경쟁이 일반 시중은행의 참여 길이 확대되면서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경쟁체제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3조 울산 시금고 19년 만에 바뀌나
울산시는 올해 말 3조원 규모의 시 금고 운용기관 선정을 앞두고 전국 시·도 중 처음으로 ‘울산시 금고 선정기준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은 ‘계획’으로만 평가한다는 항목을 새로 추가했다.

시 관계자는 “이전까지 ‘형평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기준을 마련한다’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실적 위주로 평가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금융권이 이전에 투입한 협력사업비는 금고 수주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의 올해 예산 규모는 일반회계 2조8153억원, 특별회계 5189억원 등 3조3342억원에 이른다.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경남은행이 제1 금고로 일반회계를, 농협이 특별회계를 맡아왔다.

울산시의 이 같은 조치로 지난 19년간 울산시 금고를 맡아온 경남은행과 농협은 기득권을 잃게 됐다. 반면 협력사업 실적이 전무한 시중은행은 기존 금고와 동일선상에서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 금고 유치를 놓고 은행 간 각축전이 예상된다.

금융권과 각 시·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금고 교체가 예정된 광역시·도만 부산시와 울산시, 경기도, 경상북도 등 6곳이다. 취급 금고 예산 규모는 44조원에 이른다.

부산시는 올해 말 총 10조원 규모의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정부 지침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부산시 금고는 부산은행이 7조원, 국민은행이 3조원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

경기도는 총 18조원 규모의 예산을 다루는 도금고 운용 금융사를 연말에 새로 선정한다. 농협과 신한은행 두 곳이 도금고로 지정돼 있다. 이상돈 도 세입관리팀장은 “자치단체의 개입 가능성이 줄어 시중은행의 금고 유치전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자체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저금리 기조 속에 금융기관 간 출혈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민의 금융 편의를 위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점포 수를 늘리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예산을 써왔다”며 “이런 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대내외 신용도 가중치를 둔다면 시중은행 간 경쟁을 부추겨 지방은행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시·도 금고를 둘러싼 수주전은 올해 말 6개 시·도에 이어 2018년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대전시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 8개 시·도에서 30조원의 금고 수주를 위한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처럼 시·도 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와 은행 이미지 제고라는 부수적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금고 유치를 놓고 은행 간 사활을 건 수주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전국종합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