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으로 취업난…정부, 책임 없습니까" 대학생에 쓴소리 들은 이기권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중소기업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임금이 너무 낮으니까요.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년 60세 연장으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하는데 정부의 책임은 없다는 겁니까?”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임금을 줄이면 기업이 청년을 더 고용할까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대학생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18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혼차(茶)하지 말고, 톡(talk)차 하자’라는 행사에서다. 고용부가 정부의 청년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대학생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 장관은 이날 모인 200여명의 학생에게 커피 한 잔씩을 대접했다. 그는 “한 나라의 미래는 청년의 생각과 용기에 달려 있지만 미래 불확실성 탓에 청년의 두려움이 크다”며 “청년들이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행사장은 이내 열띤 토론장으로 바뀌었다.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일학습병행제, 청년취업인턴제 등 각종 일자리 지원 사업 소개는 팸플릿으로 대체됐고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미리 짜인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는 사회자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학생은 “사회자가 진행 방향을 정하지 말라”며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우리 말을 좀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취업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던 이 장관도 진지해졌다. 그는 “정부의 노동개혁이 쉬운 해고를 위한 것이지 않느냐” “내가 사장이면 임금피크제를 한다고 해서 청년을 더 뽑진 않겠다”는 학생의 의견에는 정색했다.

“여러분은 지성인입니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상태인지, 경직돼 있는지를 알려면 (인사관리를) 투명하게 하면 됩니다. 숱한 대법원 판례는 외면하고 그저 ‘쉬운 해고’라고 하는 구호에 휘둘리면 안 돼요. 팩트(사실)를 봐야 합니다. 사장이 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신규 채용은 않겠다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장관은 국회 일정으로 자리를 뜨면서 학생들에게 개인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나눠주며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개혁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