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3·넵스)은 17일 우승 세리머니를 두 번 했다. 18번홀 연장전 상대인 신인 김지영(20·올포유)이 보기로 홀아웃을 한 뒤 홀 옆 30㎝ 거리에 놓여 있던 박성현의 볼마크를 집어 드는 돌발 상황 때문이었다.

박성현은 물론 팬과 대회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김지영이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박성현은 환한 얼굴로 김지영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그린을 걸어 나왔다.

이때 최희숙 KLPGA 경기분과위원회 경기팀장이 달려와 박성현에게 다가가 홀아웃을 하라고 말했다. 박성현은 다시 원래 볼이 있던 자리에 볼을 내려놓고 파퍼팅을 했다.

규정에 따르면 박성현은 챔피언 퍼트를 안 해도 된다. 골프 규칙 33조6-3항은 스트로크플레이 방식 대회라도 연장전에서 한 선수가 패배를 시인하면 우승 선수는 홀아웃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팀장은 “챔피언 퍼트를 마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게 우승자에 대한 예우라고 여겨 홀아웃을 하도록 권했다”고 설명했다. KLPGA에 따르면 김지영의 돌발 행동은 여자 프로골프대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김지영은 경기 직후 “아마추어 때 연장전에서 이긴 적이 있는데 상대 선수가 졌다고 볼마크를 집어준 적이 있다”며 “이번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볼마크를 집어주길래 엄청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부도(안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