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마늘햄 '원조의 힘'…11년째 1위
1970년대 최고급 도시락 반찬은 소시지였다. 분홍색 비닐 포장을 벗기고 아이 팔뚝만 한 굵기의 소시지를 얇게 잘라 계란을 입혀 구웠다. 1980년 이 소시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제품이 나왔다. 프랑크소시지와 비엔나소시지다. 롯데햄(현 롯데푸드)은 그해 대규모 육가공공장을 짓고 이들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제품명은 ‘켄터키프랑크’와 ‘롯데비엔나’였다. 돼지고기 함량을 크게 높인 고급 소시지였다.

롯데햄은 이후 천연 양장(羊腸) 소시지 ‘에센뽀득’, 김밥용 햄인 ‘김밥속햄’ 등을 내놓으며 육가공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제품의 계보를 이은 제품이 2005년 나온 ‘의성마늘햄’(사진)이다. 이 제품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햄을 적당한 크기로 토막 내 포장한 분절햄 시장이다. 덩어리 햄의 포장을 뜯어 한번에 다 먹지 못해도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다른 회사들도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의성마늘햄은 출시된 뒤 한 번도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분절햄 시장에서 의성마늘햄의 점유율은 50% 수준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분절햄 하면 의성마늘햄을 떠올릴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며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겨냥해 마늘을 넣은 것도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최고급 마늘 산지인 의성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제품명에 고유명사인 의성을 넣은 것도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의성마늘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의성마늘 프랑크, 비엔나 등을 잇따라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의성마늘햄 신제품을 추가로 내놓는 등 제품 종류를 확대해 2년 안에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는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2013년 ‘엔네이처’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이 브랜드는 ‘건강하게 맛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순수한 돼지고기와 전북 무안양파, 채소 등 몸에 좋은 원료만 넣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