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세금쟁이' 되는 길 보여주고 싶었죠"
“세금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움받습니다. 성경에서도 세리(稅吏)는 멸시와 천대를 받지 않습니까. 이젠 그런 시대가 지났으면 좋겠어요. 납세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납세자에게 사랑받는 세무공무원이 돼야죠.”

고졸 국세청 9급 공무원에서 지방국세청장까지 올라 국세청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하던 조용근 전 대전지방국세청장(71·사진)은 최근 서울 서초동 세무법인 석성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1월 말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담은 자서전 《나는 평생 세금쟁이》를 출간, 지난 4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길이가 30㎝ 남짓밖에 안 되는데, ‘납세자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진리를 머리로만 이해했다가 가슴으로 공감하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며 “나의 시행착오와 실패담을 솔직하게 남겨서 후배들이 존경받는 세무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2004년 퇴직한 뒤 2007년부터 4년간 한국세무사회장을 지낸 조 전 청장 앞엔 세무법인 석성 회장과 석성장학회 회장, 천안함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직함이 따라다닌다. 이 직함들을 통해 중증장애인과 탈북민, 다문화가정 자녀 등 소외 계층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세무법인 석성의 매출 중 1%가 석성장학회 기금으로 쓰인다. 그는 “‘석성(石成)은 아버지와 어머니 성함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었다”며 “경남 진주에서 무학(無學)의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흙수저’지만 항상 감사하며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장학회를 세웠다”고 말했다. “‘돈 안 되는 직함’들입니다. 대부분 기부활동과 연관돼 있어요. 천안함재단 이사장직은 2010년 KBS에서 성금 관리를 부탁하면서 맡았습니다. 인생 전반을 남에게 뭔가 받는 ‘테이커(taker)’로 보냈다면, 후반엔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기버(giver)’로 살아야죠.”

조 전 청장은 “세무공무원이 세상 물정에 조금 더 밝았으면 좋겠다”며 “특히 기업에 과세할 땐 해당 기업이 속한 업계의 속성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세금문제 앞에선 바닥을 드러내게 마련”이라며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으로서 납세자에게 ‘갑질’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보다는, 성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직원은 공복(公僕)입니다. 엄정한 법 집행은 물론 정말 중요하죠. 이와 함께 개인과 기업의 절세를 도와주는 컨설팅 역할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