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50여곳…'급'이 다르다
바하마·버뮤다·버진아일랜드는 세금 아예 없는 '택스 파라다이스'
최근 투명성 강화되면서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 낮은 '택스 리조트' 각광
룩셈부르크에 법인 둔 기업 350여개
지난 4일 국제탐사보도인협회(ICIJ)가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 함께 정치인과 정치인의 친인척 및 측근, 유명 영화배우와 운동선수 등이 연루된 방대한 분량(1150만건)의 조세 회피 자료를 분석해 폭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자료는 1977년부터 2015년까지 파나마 대형 로펌인 모색 폰세카가 의뢰인과 거래한 자료로 일명 ‘파나마 페이퍼스’로 불린다.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가 일으킨 메가톤급 충격파는 일부 국가 정상의 입지까지 흔들고 있다. 문건에 이름이 오른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전격 사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아버지가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실토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친인척과 주요 당 간부가 연루돼 부패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의 개혁정책이 빛이 바랬다.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를 계기로 조세피난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외 탈세 역사는 약 230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에 재산을 숨기는 방식의 조세회피가 역사에 등장한 시기는 1789년 프랑스혁명 때라고 전했다. 혁명 와중에 재산을 지키려던 프랑스 귀족들이 일정 수수료를 주고 스위스 은행에서 비밀 금융서비스를 받았다.
로넌 팰런 영국 런던시티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스위스에 이어 1869년 모나코, 1926년 리히텐슈타인, 1929년 룩셈부르크, 1930년대 버뮤다 등이 조세피난처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20년대 영국 법원들은 런던에 본사를 뒀으나 외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회사는 영국의 조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를 계기로 영국 본토와 영국령 해외 영토가 조세피난처로 떠올랐다. 1934년 스위스가 은행의 금융소비자 신원 노출을 범죄로 규정한 법을 제정하자 비밀주의를 내건 조세피난처는 더 늘어났다.
◆세계 조세피난처 50곳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피난처(tax haven)를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15% 이하인 국가와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세금 제도의 투명성, 세금 정보 공유, 기업의 실질적인 사업 수행 여부도 고려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OECD가 조세피난처로 규정한 곳은 36개국이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지정한 조세피난처까지 포함하면 50곳 이상일 것이란 추정이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TJN)가 내놓은 2012년 보고서는 2010년 말 기준 최소 21조달러(약 2경4200조원)가 조세피난처에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조세회피 규모가 세계 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세피난처는 구체적으로 ‘택스 파라다이스(tax paradise)’ ‘택스 셸터(tax shelter)’ ‘택스 리조트(tax resort)’로 분류하기도 한다. 파라다이스는 바하마 버뮤다 버진아일랜드와 같이 세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 곳이다. 셸터는 외국에서 들여온 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지역으로 홍콩과 파나마 등이 해당한다.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은 특정 기업이나 사업에 세제상 혜택을 주는 리조트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조세피난처의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미국이 조세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 네바다, 델라웨어, 몬태나, 사우스다코타주 등은 케이맨제도와 바하마보다도 유령회사를 세우는 데 관대하다.
◆유령회사 설립해 교묘히 거래
절세, 탈세, 탈루, 불법자금 세탁을 원하는 기업과 개인 등은 로펌의 도움을 받아 조세피난처에 ‘셸 컴퍼니(shell company)’ 또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세워 이용한다. 사업활동을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 이름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다.
마이클 스토사드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는 “2013년 취재를 위해 355파운드(약 57만원)를 들여 조세피난처인 동아프리카 연안 세이첼리스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령회사 설립에는 현지 거주증명서도 필요 없었고, 연 400파운드를 내면 가짜 법인 이사들도 내세워줬다”고 덧붙였다.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개의 유령회사도 설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과 개인 등은 이들 유령회사에서 소득이 발생한 것처럼 처리해 절세나 탈세를 하고, 불법자금을 세탁한다. ICIJ는 파나마 페이퍼스 문건에서 모색 폰세카가 1만4000여개에 이르는 은행, 로펌, 기업, 중개인과 협력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 로펌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유령회사는 21만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유령회사와 거래자금은 ‘히드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의 머리 하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파이낸셜타임스).
◆법인세 줄이려 본사까지 옮긴다
다국적 기업들은 전통적인 조세피난처를 겨냥한 규제가 강화되자 ‘택스 리조트’에 본사를 옮겨 법인세를 절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법인세가 낮은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조정환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15년 전만 해도 다국적 기업들이 바하마 등 전통적인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워 법인세를 절감했다”며 “이후 규제 강화로 다국적 기업들은 유럽 내 법인세가 낮은 지역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는 OECD 국가 최저 수준인 12.5%의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을 유인하고 있다. 구글은 아일랜드에 유럽본사를 두고 유럽 각국에서 얻은 소득 대부분을 이곳으로 이전해 법인세를 줄였다. 애플과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아일랜드에 유럽본사를 세웠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서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두고 세금을 아끼는 다국적 기업이 350여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정부가 절세를 노리는 다국적 기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려고 불법적으로 세제상 지원을 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김치 종주국 한국에서 국산 김치가 값싼 중국산 김치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은 김치를 수출하는 나라지만, 이제는 수입량이 수출량을 웃도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국 소비자들은 식당에서 김치를 무료로 제공받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고 짚었다. 국내 김치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의 약 75%는 종업원 4명 이하의 영세 사업장으로, 대규모 공장식 생산 체계를 갖춘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인천에서 김치 공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가디언에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식당들은 값싼 수입 김치를 택한다. 이미 시장을 빼앗긴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배추 수급 불안도 국산 김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상 고온과 기상이변으로 고랭지 배추 재배가 어려워지면서 도매가격이 단기간에 두세 배씩 뛰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한국 김치는 고유의 맛과 품질을 마지막 경쟁력으로 삼고 있지만,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공세가 거세지면서 김치 종주국의 산업 생태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내년부터 중국에서 부부나 친구 사이에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음란물을 주고받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금지 대상의 음란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데다 친밀한 관계인 사람들 간의 사적 대화가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24일(현지시각) 다수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을 내년 1월 1일 시행한다.법안에서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외설적 사진, 영상물 등'에 대한 규제다. 법안은 이러한 음란물을 제작, 운송, 복제, 판매 또는 대여하거나 온라인에서 유포하는 경우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에 처하고 5000위안(104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도록 했다.사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 5일 이하의 구류 또는 1000위안 이상 3000위안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성년자가 포함된 음란물을 유포할 경우에는 가중 처벌된다.문제는 해당 법안이 부부나 연인, 친구 간에 1대1로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예외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중국 언론은 "친구 사이에 부적절한 사진을 주고받아도 처벌된다"는 제목으로 보도했으며 중국 네티즌들도 "부부 사이의 사적 대화도 들여다본다는 것이냐?"며 반박했다.중국 언론들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 등이 더 이상 법 외의 구역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라며 모바일 대화방을 통해 미성년자들에게 음란물이 손쉽게 유포되고 확산하는 것을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총편집인 출신인 후시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불법 행위를 정의하고 처벌하는
올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첫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현지 시간) 전 세계의 분쟁 종식을 호소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교착에 빠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전쟁 1단계 휴전 협정 또한 종종 위반되는 상황에서 평화를 추구하자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교황 별장 카스텔간돌포에서 취재진에게 "러시아가 성탄절 휴전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게 큰 슬픔을 안겼다"고 실망감을 보였다. 이어 "선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성탄절은 평화의 날이라는 점을 존중해달라고 촉구하겠다. 온 세상에 24시간의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2단계를 신속히 이행하라고도 당부했다. 교황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유일한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성가족교구의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와 방금전 연락했고 소개했다. 앞서 21일 이 곳에서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예루살렘 총대주교가 집전하는 성탄미사가 진행됐다. 교황은 25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공식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해 성탄절 때도 올 4월 선종한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전쟁의 종전을 위한 협상과 대화를 촉구했다.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